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가둬두고 관람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원을 폐쇄하고 전시동물을 전부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대 동물원에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교육’이다.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동물원처럼 중요한 곳이 또 있을까요? 이제 멸종위기종, 생물다양성을 위해서 동물원이 노아의 방주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1월 열린 ‘동물원과 생물다양성 국제세미나’에서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이 한 말이다. 동물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세미나에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종 보전은 동물원 내의 종 번식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현대 동물원은 단순한 종 보전이 아닌 생물다양성 보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전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즉, 생물다양성 보전과 함께 교육이라는 책무가 현대 동물원에 있다는 것이다.
어웨어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동물 만지기, 먹이주기 체험’의 문제점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가 올해 3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전국 체험동물원 20개 업체의 실태를 조사한 뒤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육장 없이 관람객이 있는 곳에 동물을 풀어놓고 전시하거나 사육장 밖으로 꺼내 전시하는 등, 관람객과 동물 사이에 경계가 없는 ‘무경계 ·근거리’ 전시형태가 성행하고 있었다. 상시로 동물과 접촉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 인원은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전파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방법으로 동물과 관람객이 접촉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어웨어는 “관람객이 동물의 신체 부위를 입에 넣거나 동물에게 입을 갖다 대는 행동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행동이 동물의 체액, 비말, 분변 등을 통한 인수 공통질병 감염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교상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먹이주기 체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생물 종에 적합하지 않은 먹이를 무분별하게 급여할 경우 동물에게 질병 및 영양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20개 업체 중 17개 업체에서 관람객에게 먹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17개 업체 모두 먹이의 양, 먹이를 주는 시간, 체험에 참여하는 관람객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실제 어웨어의 현장 조사 당시, 사육장에 당근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배설된 분변이 관찰되기도 했다. ‘당근을 주지마세요’라는 안내문에도 당근을 주는 관람객도 있었다.
체험동물원들이 ‘울타리 없는 교감’, ‘창살을 걷어내고 동물과 함께 교감’ 등의 문구를 사용해가며 관람객들에게 동물체험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체험동물원은 비교육적, 반생명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어웨어 측은 이러한 무분별한 만지기, 먹이주기 등 동물체험의 문제점 중 하나로 ‘비교육적 메시지’를 꼽았다.
어웨어는 “동물원은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으로 야생동물을 직접 보게 되는 장소인데, 생태적 습성에 따른 정상적인 행동을 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을 관찰함으로써 동물 생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관람료를 지불한 대가로 야생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경험을 야생동물을 대상화하고 애완동물이나 장난감처럼 인식하게 하는 비교육적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처음 만나는 동물을 마음대로 만지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어린이가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동물에게 접근하다가 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단순히 동물을 가둬두고 전시하는 곳이 동물원인지에 생각해봐야 한다”며 “동물원의 진짜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동물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