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구멍 `맹물 소독` 여전‥가금 도축장 70% 소독 미흡

소독약 희석관리 부실..전국 축산시설로 소독 점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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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 방역 현장의 대표적인 구멍으로 지적된 소독약 부적합 사용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닭·오리 도축장 48개소 중 73%에서 소독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가금 도축장 48개소를 대상으로 소독실태를 불시 점검했다.

도축장 출입구와 가금수송차량 세척구간에서 사용 중인 소독수를 채취해 적정 희석농도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AI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려면 소독약을 적정한 농도로 희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독약을 썼다고 해도 적정한 농도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세척이 미흡해 유기물이 남아 있으면 제대로 된 소독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점검 결과 가금 도축장 48개소 중 35개소(73%)에서 소독이 부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종별로는 닭 도축장 36개소 중 26개소(72%), 오리 도축장 10개소 중 7개소(70%)가 부적합했다.

도축장이 적정 희석농도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담당자가 없거나, 소독약 희석장비 관리가 부실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여러 농장을 방문한 축산차량이 뒤엉키는 도축장은 고병원성 AI 수평전파의 주요 위험요소로 꼽힌다. 소독관리가 미흡한 도축장에 AI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순식간에 여러 농장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태는 지난해부터 건국대 수의대 최농훈 교수팀이 현장조사를 벌인 것과도 일치한다. (본지 11월 2일자 ‘축산시설 다수 소독약 희석 엉터리 소독효과 없는 맹물 뿌렸다’ 참고)

최 교수팀이 조사를 벌인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의 소독약 관리 실태는 엉망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최농훈 교수팀이 지난해 가금 도축장을 포함한 우제류·가금 대상 도축장 및 사료공장 28개소의 소독약 사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당시에도 단 1곳만이 적정 희석배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제류 축산시설의 72%, 가금 축산시설의 80%에서 소독약 희석배수가 지나치게 낮거나 아예 검출되지도 않았다.

최농훈 교수는 지난 10월 건국대에서 개최한 ‘축산현장 방역관리 세미나’에서 “국내 대다수 축산관련시설에서 소독약을 유효농도로 희석하고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구제역·고병원성 AI 수평전파를 막지 못한 부실 방역의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방역 구멍 `맹물 소독` 여전‥가금 도축장 70% 소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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