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수의학 관련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종종 수의학 관련 서적이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책들이 교양서적으로써 많은 사람의 관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부분도 생기고 저자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7기에서 수의학 관련 서적의 저자분들을 직접 만나 책과 관련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Peek-a-book’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Peek-a-book’ 프로젝트에서는 각 학교별 데일리벳 기자들이 작성한 10편의 기사가 연재됩니다.
첫 번째로 수의전염병학 전문가로서 ‘바이러스의 습격’과 ‘바이러스 쇼크’를 저술하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근무하는 최강석 박사님을 만나, 바이러스와 전염병 그리고 원헬스 관련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91년도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수의사로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직 공무원이며 직책은 구제역 진단과장으로 있습니다. 또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바이러스의 습격과 바이러스 쇼크를 7년 간격으로 내셨는데 각 저서를 쓰게 되신 동기나 목적이 궁금합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2009년에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발간한 책입니다.
그때 저는 블로그에 바이러스에 관련하여 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에세이를 쓰곤 했습니다. 당시 신종플루 유행으로 전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져 한 출판사가 이 분야에 대해 대중을 위한 저서를 발간할 저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때 출판사 쪽에서 제 블로그를 보시고는 책을 써보자고 해서 마침 책을 내는 것에 흥미가 있어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출판사 기획팀이랑 이야기를 나눠보고 조사를 해보니 이 분야에 대해 일반인들은 아는 지식이 얕고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나 의외로 전염병 관련 내용에 상당히 흥미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바이러스 저서 자체도 거의 없었고, 한국 현실에 맞는 대중 서적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책을 발간한다면 생물학이나 의학 분야 종사자분들뿐만 아니라 대중이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번째 책을 출판한 뒤 일반 대중들에게 꽤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2014년에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이에 관해 책을 써보자고 또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두 번째 책인 ‘바이러스 쇼크’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서 1. 바이러스의 습격(사스에서 신종플루까지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전염병들, Attack of viruses) : 저자 최강석, 출판사 살림, 출간일 2019년 11월 16일, 페이지 227쪽
저서 2. 바이러스 쇼크(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 저자 최강석,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 출간일 2016년 4월 5일, 페이지 360쪽
Q.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첫번째 책인 ‘바이러스의 습격’은 대중들을 위한 바이러스 및 전염병 입문서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이때도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하여 서술했지만 단순한 전문 지식을 대중이 접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두 번째 책인 ‘바이러스 쇼크’는 좀 더 수의학과 공중보건, 생태학의 접점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넣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 인수공통전염병의 해결책을 찾으려 하였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자료 수집을 한 뒤 책을 쓰면서 결론을 내본 결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 전략이 원헬스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원헬스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는데, 책을 출판한 이후 원헬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정책 수용성이 상당히 보편화 되었고, 다른 대학이나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원헬스에 대해 공감대를 많이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에 이바지하지 않았나 싶어 출간한 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저서 ‘바이러스쇼크’에서 OIE 전문가 활동을 하면서 동남아를 방문하며 공동연구를 수행하셨다고 했는데, OIE 전문가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과거에 비해 국제 교류가 매우 활발해졌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특정 국가(대부분 저개발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인데 질병명처럼 아프리카 토종 질병이었지만, 지금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미 아시아까지 넘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요.
그래서 OIE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특정한 나라에만 의존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여 질병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전문가는 OIE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자신이 맡은 질병에 대해 질병을 감시하고 분석하여 당국에 알려주고,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논문으로 작성하거나 OIE 본부에 보고함으로써 다른 나라, 전공학자들과 공유합니다. 또 전염병에 대해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에 해당 국가의 공무원과 직원을 훈련시켜 역량을 키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OIE 전문가는 질병 상재국 전문가를 선발하는 게 아니라, 그 분야에 학문적 지명도가 높고 국제협력 경험이 풍부한 과학자를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그러니 전문가 대부분은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질병일수록 전문가의 숫자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맡고 있는 뉴캐슬병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지만, 아직도 저개발국가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전문가가 아홉 명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 브루셀라증, 닭 뉴캐슬병, 닭 살모넬라증, 구제역, 일본뇌염/광견병 그리고 사슴 프리온 질병 등 여섯 분 OIE 전문가가 있는 데 모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계신 분들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수의학 연구기관 중 하나라는 것이죠.
Q. 저서에 KOICA 수의학 전문가로 몽골파견을 다녀오시게 된 일에 관해서도 쓰셨습니다. 그 계기와 그때의 경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구제역은 2000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 질병이 이미 우리나라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아니고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연히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래서 KOICA도 이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 구제역을 담당하고 있는 해외전염병과로 KOICA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있는 부서에서 누군가는 몽골에 파견되어야 해서 과감하게 자원하였습니다. 해외 공동연구(국제협력)를 수행한 경험을 살려 몽골에서도 역할을 수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임무는 몽골의 구제역 진단 및 방역을 책임지는 국가수의기관(중앙수의연구소)에 자문관으로 있으면서 구제역 진단/방역 시스템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몽골과 우리나라가 교류가 많은 상황은 아니어서 고생을 많이 하였으나 3개월 동안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몽골 정부가 독자적으로 구제역 진단검사를 수행하도록 기반 체계를 구축해 주었습니다. 그 시스템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어서 그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Q. 저서 ‘바이러스쇼크’에서 One health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나 국제기구(OIE, FAO, WHO)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 공중보건학 측면에서 부각되는 부분은 인수공통전염병(보건계통에서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칭함)입니다. 이런 질병의 특징은 말 그대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질병이 옮겨진다는 것입니다. 사람에서 기존 바이러스가 진화하거나 변종이 나타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고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종간장벽(species barrier)을 뛰어넘어 사람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로서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질병이 출현하는 경로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2002년 SARS가 처음 문제가 됐을 때 처음에는 사람 공중보건 측면에서 통제를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질병을 분석해 본 결과 전염병의 시작이 사향고양이고, 동굴박쥐가 자연숙주였다는 것이 곧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신종전염병 문제는 공중보건 부문에서만 통제할 것이 아니고 수의학 분야에서도 통제를 하고, 또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지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바이러스가 종간장벽을 넘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공중보건, 수의학, 환경 생태학 세 가지 분야가 잘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One Health의 기본적인 취지입니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크게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은 국제기구 간 협력입니다. 공중보건 분야는 세계보건기구(WHO), 수의학 분야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환경 분야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5월 30일에 세 기구의 수장들이 모여 어떻게 One Health를 시작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3자가 상호 협력해야 할 세 가지 topic을 정했습니다. 저개발국가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광견병(rabies), 사람과 동물에서의 항생제 내성, 인플루엔자가 이에 해당하며 이 세 가지에 대해 협력하여 우선적으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에는 공중보건 분야는 질병관리본부, 수의학 분야는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분야는 환경과학원으로 세 기관이 주축이 되어 인수공통전염병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agenda별 현안사항 상호협력, 질병의 예찰 및 감시, 질병 통제,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의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수의사 역할은 상당히 방대합니다. 그러나 기존 세대는 본인이 하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보수적인 측면이 강해서 도전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의학과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부분도 개척됐고, 벤처로 진출을 할 수도 있겠죠. 심지어 곤충산업도 중요합니다. 곤충에 대해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곤충을 치료하는 것도 수의사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아직 곤충 수의사는 생소한 부분입니다.
현재 수의사가 진출하는 큰 대세는 반려동물 산업이지만, 인생철학과 가치를 다른 방향으로 두고 있다면 어떻게 그 가치를 잘 발휘할까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보시기 바랍니다. 연구를 하는 학자의 길을 가고자 하거나, 수의사 출신 공무원으로서 방역정책에 대한 꿈을 펼치거나,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등 선택의 범위는 넓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가지고 좀 더 활발하게 자기 생각과 포부를 펼치면 좋겠습니다.
이상이 기자 <sysall7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