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최소 3회 이상 여러 차례 유입됐다`
양돈수의사회 수의양돈포럼서 최근 분석 공유..농장방역·멧돼지 저감 `양자택일 아냐`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적어도 3차례 이상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ASF 방역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11일 충북 C&V 센터에서 열린 2020 수의양돈포럼에서 이 같은 분석을 밝혔다.
국내 ASF 바이러스 타입 3종 확인
ASF 양성 멧돼지 줄었지만 방심 못해..가을 오면 늘어날 수 있어
농장 차단방역, 멧돼지 저감대책 병행해야 ‘양자택일 아니다’
조호성 교수는 “ASF 바이러스는 구제역과 달리 유전자 변이가 드물지만 전장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전자간 부위(IGR)의 일부 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국내 멧돼지에서 발견된 ASF 바이러스 사이에서도 IGR의 변이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국내 ASF 바이러스에서 IGR1, IGR2, IGR3 타입의 바이러스 3종이 모두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3타입이 모두 발견된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과도 일치한다.
이와 함께 ASF 양성 멧돼지의 분포도 ‘다중 유입설’에 무게를 싣는다. 수개월만에 파주·연천과 철원·화천, 고성 등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ASF 멧돼지의 발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IGR 유전자 분석이 규명되기 전에도 파주·연천과 철원의 발생은 다른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미 지목한 바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부터의 유입 경로는 수계 공유나 야생조수 등이 지목됐다. 까마귀 등 야생조류와 멧돼지가 먹이를 공유하면서 전염됐을 가능성이다.
한편, 국내에서 5월부터 ASF 양성 멧돼지의 추가 발견이 감소한 것을 두고서는 ‘방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김영준 실장은 “애초에 지금이 멧돼지가 가장 적은 시기”라며 “춘곤기에 사망하는 개체도 많고, 어미들은 새끼들을 데리고 산 중턱에 올라가 있어 이동거리도 짧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ASF 감염으로 폐사체가 발생해도 야생조수나 부패로 인해 훼손이 빠르고, 산림이 우거져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9~10월이 되면 다시 멧돼지 ASF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유식 양돈수의사회 학술부회장도 “유럽에서도 7월 이후 새끼 멧돼지들이 이유하면서 ASF 발생이 증가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목했다.
이날 조호성 교수는 멧돼지에서 주로 ASF가 발생하다 최근 사육돼지로 확산된 폴란드의 사례를 지목했다.
조 교수는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해도 농장 차단방역만 잘하면 막을 수 있다는 주장과 아무리 농장이 막아도 한계가 있으니 멧돼지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며 “이는 둘다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차단방역도 개선하고, 멧돼지도 줄이는 ‘리스크 관리’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