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진행 상황을 묻는 전화가 왔다. 때에 따라서는 짜증도 났다. 예전 구제역 때의 가장 큰 폐단 중 하나인 보고문화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밥은 고사하고 거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잠도 오지 않아 쪽잠으로 밤을 세웠다. 그 와중에도 여기서 상황보고, 저기서 상황보고… 각종 보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여건상 집이 먼 이유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자기 일인냥 같이 움직이는데 집에 갈 생각을 못했다. 나중 얘기지만 한 달 만에 집에 갔다 온 것 같다.”
“의심신고가 들어오는 날이면 마치 내가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처럼 떨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 씻는 것은 고사하고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새벽을 뜬잠으로 설치다 겨우 아침에 눈을 뜬 뒤 그저 주변에서 “먹자”하면 그게 아침이고, 방금 먹었나 싶었는데 점심이고, 정말 허기질 때 어둑해지면 저녁이었다. 점차 시간개념이 없어졌다”
故 정승재 주무관 – 파주ASF백서 담당자 수기에서 발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업무 중 과로로 유명을 달리한 파주시 가축방역관 故 정승재 수의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인사혁신처는 15일 열린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현장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故 정승재 주무관의 순직을 인정했다.
故 정승재 주무관은 지난해 9월 파주에서 ASF가 최초로 발생한 후 과중한 방역업무에 시달렸다. 연이은 농장발생으로 인한 이동제한, 살처분에 이어 파주시의 모든 양돈농가로 예방적 살처분이 확대되면서 방역업무량은 크게 늘어났다.
사육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이후에도 파주를 포함한 경기·강원 북부 지역의 멧돼지에서 ASF 발생이 이어지며 방역업무는 줄지 않았다.
故 정승재 주무관은 야생멧돼지 차단 방역, 매몰지 관리 등 ASF 업무를 수행하다 지난 3월 20일 사무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0일 만에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순직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공무원이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하거나, 재직 중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 등에 한해 인정된다.
파주시는 지난해 9월부터 고인이 쓰러지기 전까지의 근무내역 등을 수집해 故 정승재 주무관의 순직 인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ASF 발생 후 2월까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격무에 시달렸고, 고인이 쓰러진 당일까지도 야생 멧돼지 폐사 신고를 접수했다는 것이다.
순직으로 인정된 故 정승재 주무관의 유족에게는 순직유족연금과 순직유족보상금이 지급된다.
황서종 인사처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방역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들께 감사드린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