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기제, 오리농가 열악한 시설 때문? `축사 현대화사업 정비해야` 지적도
비닐하우스 비율 70% 넘는데도 축사 현대화사업 비중은 3%에 그쳐
고병원성 AI를 예방하기 위해 오리농가 사육을 중단시키는 겨울철 사육제한 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AI 다발지역과 방역취약농가에 오리가 없을수록 AI 예방효과는 확실하지만 그만큼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사육제한이라는 초강수가 나온 배경에는 오리농가의 자체 방역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이개호·서삼석·김승남 의원과 농수축산신문이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 농가 시설개선 필요성이 거듭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AI 방역대책을 발제한 김대균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의 발표자료를 두고서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비닐하우스 기반에 구멍 뚫린 방조망과 축사가 담긴 2017년 고병원성 AI 발생농가의 사진을 제시하자, 농가들이 ‘이제 그런 수준의 농가는 많지 않다’고 항변한 것. 해당 농가는 이미 다른 축종으로 갈아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오리가 닭에 비해 시설면에서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동국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실시한 ‘오리 사육시설 개편방안’ 연구에서 전국 오리농가의 76.3%가 비닐하우스형 가설건축물로 조사됐다.
가금수의사인 손영호 반석엘티씨 대표는 “타 축종에 비해 간이건축물의 비율이 높고, 축사 단열시설이 미흡해 동절기 온도 저하로 면역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AI 수평전파와 관련이 높은 왕겨살포 등의 사육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발생한 고병원성 AI의 절반 이상이 오리농가에 집중된 만큼, 오리농가에 시설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패널로 나선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대표도 “오리농가가 자율방역의 신뢰를 얻으려면 시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를 위해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손영호 대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에서 오리농가의 지원 비율은 3% 수준으로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현대화사업에 참여해 대출을 지원받더라도 원금을 회수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육계보다도 2배 이상 길어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현대화사업의 축종별 비율을 정비하거나, 열악한 오리농가에는 자부담 비용을 보조하는 등의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농가의 열악한 사육시설이 과도한 방역조치의 원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사육시설을 개편해나가야 한다”며 “농가의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