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백신, 시범도입도 농가 의지 관철에 달렸다
가금수의사회 총회서 AI 백신 필요성·우려 함께 거론
고병원성 AI 백신 시범도입 필요성이 가금수의사회 총회에서도 거론됐다. 구체적인 방안과 도입 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가금수의사회는 22일 소노벨 천안에서 2021년도 정기총회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온·오프라인 동시 행사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고병원성 AI 백신이 관심을 모았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AI 방역정책 토론회마다 백신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날 가금수의사회에서도 차단방역 만으로 고병원성 AI를 막기 어렵다는 점을 지목했다.
윤종웅 회장은 “AI 바이러스가 지역적으로 크게 오염된 상황에서는 농장의 차단방역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AI가 발생한 농장이 차단방역 수준이 낮은 농장인 것도 아니었다”며 “질병관리등급제를 한다고 하지만 소독시설 설치 여부, 신발 갈아신기 여부 등을 체크하는 수준이라면 AI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병원성 AI 농장 전파를 막으려면 차단방역과 더불어 AI 백신을 활용해 개체 면역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원을 역임하고 있는 송치용 수의사는 “AI 백신을 접종하게 해달라는 농가의 민원이 많았다”며 “경기도에서만 지난 겨울 소요된 살처분 보상금만 1천억원인데도, (경기도청은) 백신 정책은 중앙정부 결정이라 어렵다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백신을 기다리는 농가가 헛물을 켤 수 있다. 뭔가 하려면 8~9월이 넘어가기 전에 확실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백신 도입 방안·부작용 우려도
고병원성 AI 백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모인필 충북대 명예교수는 백신 도입의 구체적인 방안과 예견되는 부작용, 문제점에 대해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란계, 육계, 오리 등의 사육이 지역별로 구분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특정 축종에만 접종할 것인지, 특정 지역에 접종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매번 고병원성 AI로 큰 피해를 입는 경기도의 산란계 농장은 백신을 원하지만 다른 지역이나 다른 축종은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AI 백신도입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양계협회와 달리 오리협회는 백신에 반대하고 있다.
모인필 명예교수는 “AI 백신에 (전국) 각 지역 산란계 농장이 다 호응할 것인가? 경기도 정도일 것”이라며 백신 접종 농장과 비접종 농장의 계란을 구분하자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백신접종 농장을 대상으로 매주 벌여야 할 사후 예찰이 실현 가능한지도 검토 과제로 덧붙였다.
AI 발생 삼진아웃 위기에 선 농장은 백신 절실..농장이 나서야
윤종웅 회장은 “경기도 산란계에서라도 백신을 적용해볼 수 있다”며 일부 지역·축종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AI 바이러스의 잔존 여부, 접종 횟수, 예찰 적정성 등을 두고 정부와 가금수의사회가 토론하여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치용 수의사는 “(백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농장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급히 제안해야 한다”며 “이미 고병원성 AI가 두 차례 발생해서 마지막 기회인 농장도 있다. 이런 곳은 감시계(Sentinel)든 모니터링이든 어려운 조건도 수용할 것이다. 지자체 예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윤종웅 회장도 “수혜자(농장)가 나서야 한다. 양계협회가 의지를 관철해내야 수의사는 전문적인 입장에서 실행을 돕는 것”이라며 “AI 긴급백신 방안과 접종 사후관리에 대한 정부 연구과제도 수행한 바 있다”고 전했다.
윤호식 장원동물병원장도 “AI 백신 도입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이를 두고 수의사들이 토론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