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실시요령 만든다‥눈길 끄는 내용은
반경 500m 예살 범위, 멧돼지만 발생하면 ‘심각’ 단계 안 할 수도..5월 제정 전망
농림축산식품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실시요령 제정을 추진한다. 국내에서 ASF가 발생한지 만 2년이 넘어서다.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다른 악성 가축전염병은 농식품부장관이 고시하는 별도의 방역실시요령을 기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ASF는 긴급행동지침(SOP)과 농식품부의 행정조치로 방역을 추진해왔다. 국내 ASF가 단기간 내에 종식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워진만큼 향후 방역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ASF 방역실시요령 고시 제정안(이하 고시 제정안)은 현재 검역본부, 지자체, 생산자단체, 돼지수의사회 등 유관기관의 의견을 내부적으로 수렴하는 단계다.
반경 500m 살처분 원칙
‘전파력 낮아 발생농장만 살처분해야’ 시각도
고시 제정안의 골격은 예방활동과 의심축 발생 시 대응, 확진 시 조치, 위기경보단계, 방역대책본부 운영, 재입식 절차 등이다. 다른 악성 가축전염병의 방역실시요령과 유사하다.
관심을 모은 양성농가 살처분 범위는 발생농장과 반경 500m 이내의 돼지로 설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발생농장만 살처분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ASF는 구제역·AI와 달리 치명적이지만 전파력은 낮기 때문이다.
조기 색출을 전제로 하긴 하지만 ‘발생농장마저 모두 살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수의포럼에서는 중국 사례를 들며 부분살처분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본지 2022년 3월 28일자 ‘아프리카돼지열병, 조기 색출·부분살처분으로도 막을 수 있다?’ 참고).
고시 제정안도 발생상황, 역학적 특성 등을 고려해 살처분 범위 축소를 검토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멧돼지에서만 발생하면 ‘심각’ 단계 안 할 수도?
가축질병 위기경보단계는 국내 사육돼지나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하는 경우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하도록 했다. 멧돼지 ASF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도 경보단계는 심각이다.
현재로서는 국내 멧돼지 ASF의 근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019년 북한 접경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한 멧돼지 ASF는 확산만 거듭해 올해 경북까지 남하했다. 누적 발생건수는 2,500건을 넘겼다.
이대로라면 멧돼지에서 ASF가 상재화되고, 언제 끝날지 모를 ‘심각’ 단계가 이어지는 셈이다.
고시 제정안은 ASF가 야생멧돼지에서만 발생하는 경우에는 멧돼지 발생상황, 양돈농장으로의 전파 위험도 등을 고려해 ‘심각’ 단계를 발령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이대로 라면, 사육돼지에서 발생을 막을 경우 심각 단계가 해제될 가능성도 생기는 셈이다.
재입식은 구제역보다 까다롭다
고시 제정안은 ASF 발생농장이 이동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고 청소·세척·소독에 대한 평가를 통과해야 60일간의 입식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청소·세척·소독 평가는 시군청, 동물위생시험소, 검역본부 평가단으로 이어지는 3차에 걸쳐 실시하도록 했다.
이동제한 후 경과일이 30일이고, 시군청과 검역본부가 2차 점검을 벌이도록 한 구제역(백신 미접종 유형)보다 까다롭다.
역학 관련 농장이나 차량, 차량 운전자에 대한 이동제한도 구제역보다 강력하다.
발생농장 환축과 접촉한 사람이나 출입차량이 별도로 방문한 역학농장을 설정하는 범위도 구제역은 발생일 기준 과거 14일 이내인 반면, ASF는 과거 21일 이내로 넓다. 그에 따른 이동제한 기간도 구제역은 14일 이상, ASF는 21일 이상이다.
역학 관련 차량의 이동제한 기간도 구제역은 7일, ASF는 10일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으로 고시 제정안에 대한 내부 의견 조회를 마친다. 규제·법제 심사, 행정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5월 ASF 방역실시요령을 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