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에 나온 사육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역학조사보고서
2019~2021년 발생농가 21건 분석..주요 내용은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원인을 분석한 역학조사분석보고서가 5월 30일자로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사육돼지에서 발생한 ASF 21건의 역학조사 결과를 담았다.
북한으로부터의 유입, 멧돼지로 인한 농장 주변 환경오염, 영농활동 등 기계적 요인에 의한 농장 내 전파 등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주로 담으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결과까지 함께 공개했다.
북한서 최초 바이러스 유입, 농장 안으로는 기계적 전파
초기 일부 발생농장에서는 수평전파 정황도
국내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2019년 14건, 2020년 2건, 2021년 5건 발생했다.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 사육돼지 ASF 바이러스 유전자는 99.99% 높은 상동성을 보였다. 2007년 조지아 주와 중국·베트남·러시아 발생주와도 99.98% 상동성이 확인됐다.
해외 각지는 물론 국내 농장 발생주 사이의 상동성이 매우 높아, 유전자 분석 결과로는 전파 양상을 파악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역학조사보고서는 2019년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를 통해 접경지역 환경을 오염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사람, 차량, 임진강 수계를 통한 멧돼지 폐사체 잔해물 유입, 야생조수류 등이 추정 경로로 지목됐다.
너구리, 큰부리까마귀 등 청소동물이 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를 섭식하면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켰고, 농장을 출입하는 사람·차량을 매개로 사육돼지에 전염됐다는 것이다.
반면 감염된 멧돼지가 북에서 남으로 직접 넘어왔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비무장지대의 과학화 경계철조망을 직접 통과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불법 축산물 국내 반입이나 잔반 급여, 농장 종사자 해외여행 등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낮게 평가됐다. 발생농장 근로자 숙소에 보관하던 육류나 관련 잔반에서 ASF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농장 주변을 오염시킨 바이러스가 축사 내부로 유입되는 위험요인으로는 영농활동이 지목됐다. 2019년 발생농장 14개소 중 12개소가 농경지를 소유하면서 영농인 출입이 빈번했다.
농장 간 수평전파 정황도 포착됐다. 19년도 발생농장 14개소 중 10곳은 독립적·산발적 발생으로 조사됐지만, 나머지 4곳은 사료·분뇨 운반차량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의 ASF 발생에 연관성은 분명했다. 멧돼지 ASF 검출 클러스터 내에 위치한 양돈농장의 ASF 발생 위험도는 23배에 달했다.
멧돼지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의 사육돼지 발생 양상은 유사하다. 일단 멧돼지로 인해 농장 주변이 오염된 후, 어떤 이유로든 감염원이 농장 내에 유입되는 꼴이다.
방역당국은 사육돼지 ASF 관리를 위해 모돈을 주목하고 있다. 모돈은 비육돈에 비해 사람의 출입이 잦고 접촉이 많다. 개체별로 관리하다 보니 의심증상을 포착하기에 용이한 측면도 있다. 2020년 화천 발생농장의 경우 모돈사 공사 작업이 유입원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역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1개 발생농장 중 일관사육 유형의 농장 16곳은 모두 모돈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농장 측의 신고로 포착된 13개소 중 모돈에서 의심증상을 보고한 곳이 12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시설 개선됐지만 방역 미흡은 여전
8대시설 중 폐사체 보관시설..수거체계 없이는 오히려 오염 요인
보고서는 “20~21년 발생농장 7개소 모두 모돈사 방역관리, 전실 운용 등 차단방역 미흡이 확인됐다”며 “8대 방역시설 의무화로 시설은 개선됐지만 농장 방역인식 개선, 자율방역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8대 방역시설 중 실효성 논란을 낮고 있는 폐사체 보관시설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를 권고했다. 폐사체를 따로 보관한다 한들 수거해가는 체계가 없다면 오히려 바이러스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도 3월 돼지수의사회 수의포럼에서 폐사체 처리 체계 확립을 과제로 지목하기도 했다.
멧돼지 대책도 주문했다. 발생농장 감염에 앞서 인근에 ASF 양성 멧돼지 검출이 이어졌던 만큼 양돈농장 주변 멧돼지 개체수를 감소시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확인된 1형 유전형 ASF 바이러스의 유입 위험도 우려했다. 현재 국내 유행 중인 2형과 달리 1형은 증상이 약해 조기 포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19-2021 아프리카돼지열병 역학조사분석보고서는 검역본부 E-BOOK 자료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