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피하려고 검사시기 따라 백신접종 늦춰
인근 3개 양돈농장 비육돈 항체양성률 0%..방역당국 긴장
4년여 만에 재발한 돼지열병의 발생원인이 백신 미접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문운경 역학조사관은 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4사분기 가축전염병 중앙예찰협의회’에서 지난 달 경남 사천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의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역학조사팀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올해 3월달부터 돼지열병 백신접종 시기를 자체적으로 변경했다. 1차(40일령)∙2차(60일령) 접종을 1차(75~80일령)∙2차(100일령)접종으로 늦춘 것. 그러다보니 모체이행항체 소실과 비육돈 백신접종시점 사이로 돼지열병 방어에 구멍이 생겼고 이로 인해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번 돼지열병 양성 비육돈 3두는 약70일령이었다.
이렇게 백신접종 스케줄을 변경한 이유는 돼지열병 백신 항체가 검사 때문이었다. 비육돈에 대한 방역사의 채혈, 도축장 출하 시 검사에 맞춰 항체가가 높게 형성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때 항체형성률 80% 미만이 나올 경우 과태료를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돼지열병 방역실시요령」에 따른 접종시기를 준수하는 모돈∙후보돈은 항체형성률은 100%를 기록한 반면, 비육돈은 71.6%에 그쳤다. 문운경 역학조사관은 “해당 농장의 돼지열병 백신미접종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른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역본부 역학조사팀은 주변농가의 돼지열병 백신 현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해당 발생농장과 인접한 양돈농가 8개소에 대해 긴급 채혈검사를 실시한 결과, 3개 농장의 비육돈이 항체양성률 0%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발생농장과 마찬가지로 모돈∙후보돈은 모두 97% 이상의 높은 항체양성률을 보였다.
국내 상재 돼지열병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추정..김포주와 99.1% 일치
축산차량등록제, 신속 대응에 한 몫
이번에 검출된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유전학적으로 2002년 김포에서 발생했던 것과 가장 가까운 것(99.1% 일치)으로 판명됐다. 백신주와는 94.6%의 상동성을 보였다.
역학조사팀은 야외에 상재돼있던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항체형성이 미흡했던 비육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생멧돼지로부터의 유입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국내 잠복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해도, 4년여 동안은 발생하지 않다가 지금 재발한 이유는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하여 차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된 축산차량등록제가 전염병 발생 대응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이다. 농장주의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질병 발생이 보고되자 즉각적으로 역학관련 차량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 경남도청 방역당국은 발생농장과 역학적으로 관련된 차량과 64개 농가를 신속히 파악해 임상예찰을 실시할 수 있었다.
현재 해당 농장이 사육하던 돼지는 전두수(246두) 살처분됐다. 방역당국과 한돈협회는 이번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한센씨병력자 정착촌'이 특히 방역에 취약하다고 보고 방문교육∙예찰 등 재발방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