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수평전파 감소는 능동예찰 강화 덕분?
능동예찰로 찾아낸 AI 감염농가 비율 47%, 포착 속도↑..일선 업무 부담은 과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반석엘티씨가 주관한 2022년 AI 차단방역 핵심역량 함양교육이 29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교육은 AI 방역정책부터 차단방역 수칙, 소독 요령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농식품부 의뢰로 반석엘티씨가 개발한 자율방역프로그램도 소개한다.
이날 교육에는 전국에서 AI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가축방역관 180여명이 모였다. 손영호 반석엘티씨 대표는 “2020년 이후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가와 가금 계열화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가축방역관 교육도 추가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다른 질병 다 터지는데 HPAI만 잘 막길 기대할 순 없어
최근 수평전파 피해 줄어든 건..강화된 능동예찰이 주 요인
업무 부담 개선은 과제
손영호 대표는 국내 가금농가의 차단방역 수준을 직시했다. 고병원성 AI뿐만 아니라 닭전염성기관지염(IB), 뉴모바이러스감염증(APV), 가금티푸스(SB), 마이코플라즈마감염증 등 다양한 질병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병원성 AI만 차단방역으로 잘 막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된 겨울에는 여지없이 가금농장에서도 발생했다.
매년 철새가 도래하는 국내 환경에서 AI 원천 차단은 쉽지 않다는 것이 손 대표의 지적이다. 발생을 아예 막지 못하더라도 추가 확산을 막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손 대표는 최근 강화된 능동예찰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가금농장 중 47%가 능동예찰 과정에서 포착됐다.
농가의 의심신고가 아니라 프로그램대로 돌아가는 사육기간 중 정기검사나 출하 전 검사 등에서 AI 항원을 잡아냈다.
손 대표는 “2019년 이후 수평전파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가 능동예찰 강화”라며 “심지어 닭에서도 증상이 없었던 농장의 정밀검사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검역본부 조류인플루엔자연구진단과장도 “농가 간 수평전파가 줄어든 데는 농가의 차단방역 수준이 개선된 것도 있지만, (능동예찰로) 빠르게 찾아내서 타 농가로의 확산을 차단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발생농장 환경시료 검사도 근거로 제시했다.
통상적으로 폐사율이 올라 의심신고를 접수하고, 확진에 이어 역학조사반이 출동해 환경시료를 채취하는 시점이 되면 발생한 계사는 물론 직원의 핸드폰, 숙소 실내화 등을 가리지 않고 양성반응이 폭발하는 반면, 능동예찰로 빠르게 잡아낸 농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발생농장 내부에서도 AI 바이러스 오염이 심해지거나, 해당 농장을 출입하는 사람·차량·기계 등을 매개로 외부에 바이러스를 본격적으로 배출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 과장 스스로도 방역 현장에 큰 부담을 주는 능동예찰 강화에 회의적이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AI 피해 저감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는 부분을 지목했다.
두 전문가 모두 방역당국이 능동예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쨌든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다만 동시에 능동예찰로 가중되는 방역현장의 업무부담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위생시험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를 포함해 지자체에 주어지는 능동예찰 업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 해법 중 하나로 민간병성감정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을 올 겨울 시험해볼 것 같다는 전망도 들린다.
현장 방역 애로사항 토론
올 겨울 전망은 비관적..H5N1 유입 위험 높아
이날 토론시간에는 농식품부 담당자까지 참여해 현장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능동예찰 물량 문제부터 생석회 과다 사용 문제, 현장 상황과 괴리된 양계밀집단지 방역조치, 초대형 발생농장의 살처분 제한시간까지 도마에 올랐다.
당장 올 겨울 특별방역기간에 적용할 SOP 개정 방향과 농가 방역조치를 정부와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논의한 셈이다.
올 겨울 발생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유럽, 미국에서 고병원성 AI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국내 유입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해외 고병원성 AI 발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4% 증가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유럽·북미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AI는 H5N1형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올 겨울 철새를 통해 국내 유입될 고병원성 AI도 H5N1형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