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결핵 혈액검사 결과, 믿을 수 있습니까
오래된 혈액시료 변성, 위음성 위험 지적..요일별·채혈주체별 편차 심해
소 결핵 예찰에 활용되는 감마인터페론 검사(IGRA)에 의문부호가 제기됐다. 위음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각 혈액검체가 감마인터페론을 제대로 생산해낼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벌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22일 소노벨 변산에서 열린 한국동물위생학회 제44차 학술발표대회에서 전북동물위생시험소 서부지소 연구진은 소 결핵 감마인터페론 검사시료의 유효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감마인터페론 분비능을 가늠하는 양성대조군(mitogen) 검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24%의 시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itogen OD값-PBS OD값<0.5 기준). 소 결핵 혈액시료의 정도관리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 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채혈과 시료 송부 간의 시간차가 지목되는데, 시간 제한이 있는 시료채취에 일선 공수의들도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공기관이나 공수의 채혈인력을 늘려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 서부지소 소 결핵 시료 4만건 검사해보니..25%가 부적합
채혈 인원별 부적합 편차 극명..최대 70%
감마인터페론 검사는 현행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방역실시요령’에 따른 결핵 검사방법이다. 소에서 전혈을 채취해 결핵균에 대한 세포매개성 면역반응 정도를 측정한다.
전혈에 포함된 면역세포에 결핵균 특이 항원을 반응시키면 감마인터페론이 분비된다. 이 때 이미 결핵균에 감작된 면역세포는 감마인터페론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점을 활용한 검사다.
여기에는 해당 혈액검체의 면역세포가 반응할 수 있는 ‘신선한’ 상태여야 한다는 점이 전제된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거나 보관이 잘못되어 면역세포가 이미 상당수 파괴됐다면, 결핵감염우에서 채취한 혈액검체라 하더라도 감마인터페론 검사에 음성 결과(위음성)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지소 연구진은 소 결핵 검사 시료의 위음성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mitogen 검사를 활용했다.
Mitogen 검사는 사람의 결핵검사에서 양성대조군으로 활용된다. 국가결핵관리지침은 양성대조항원 검사결과값이 0.5 IU/ml 이하인 경우에는 ‘판독불명(indeterminate)’으로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음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이 2021년 8월 이후 서부지소에 의뢰된 소 결핵 검사시료 41,071개를 대상으로 mitogen 시험을 병행한 결과 10,426개가 0.5 미만으로 측정됐다. 사람의 결핵검사기준으로 따지면, 부적합 시료의 비중이 25%에 달한 셈이다.
채혈기관별 편차도 눈길을 끌었다.
서부지소에 결핵 검사를 의뢰하는 3개 시군의 부적합 비율은 21%~38%의 편차를 보였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16%), 시험소(14%)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제 채혈을 실시한 인원별 편차는 더욱 극명했다. 부적합 시료(0.5미만 기준)의 비중이 낮게는 6.9%에 그쳤지만, 높게는 70%를 돌파했다.
혈액시료 신선도 모니터링 체계 필요
일선 시료채취도 부담..실질적 채혈인력 늘려야
이처럼 부적합 시료 발생 문제가 지적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시간’이 지목된다.
혈액을 채취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용혈이 일어나거나 면역세포의 활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채혈요원의 사정상 시험소로의 송부가 늦어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서부지소가 발표한 요일별 부적합 비율에서 ‘화요일’이 가장 높다는 점도 이를 시사한다(0.1미만 기준).
배양 후 검사해야 하는 감마인터페론 특성상 금요일에는 시료를 접수하지 않다 보니, 전주에 채혈한 시료가 월요일에 접수돼 화요일에 검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검역본부는 채혈 후 24시간 이내, 가능한 채혈 당일에 배양을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날 연구결과를 발표한 곽길한 서부지소 방역팀장은 “인력난이 심한 시험소에서 직접 채혈하는 검사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공수의 등 외부인력이 채혈한 검체를 검사하는 물량이 더 많아질 것인만큼, 시험소에 의뢰되는 검체가 얼마나 적합한지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조호성 전북대 교수도 “시료 수송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일선 소 임상수의사는 “당일 시험소에 가지 못할 경우에는 (결핵검사용) 채혈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결핵 1~2마리 채혈을 위해 왕복 2~3시간을 소비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 것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마리당 1만원 수준이 채혈비가 낮긴 하지만 일부 상향해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면서 공공기관의 채혈지원을 늘리거나, 실제로 진료하는 소 임상수의사의 공수의 인력을 확충해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