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구제역 백신, 2024년 하반기 출시 목표‥시험백신 평가中
구제역 백신 국산화, 블루오션 될까..피내접종용 백신도 함께 개발
2011년 구제역 사태 직후 이명박 정부가 구제역 백신 국산화를 중장기 추진 전략으로 제시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제야 국산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검역본부와 FVC는 시험백신을 생산해 방어능·안전성을 점검하는 한편, 오송에 BL3 수준의 대량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근육접종용 국산 백신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2022 구제역 백신 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구제역 백신 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와 ㈜에프브이씨(FVC)가 국산화 준비 현황과 향후 목표를 전했다.
우리나라만 연간 5천만두분 수입..국산화는 블루오션?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은 반드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그 백신들은 모두 수입산이다. 독일·러시아·아르헨티나산 백신을 수입해 쓴다.
매년 수입되는 구제역 백신은 5천만두분을 넘나든다. 지난해에는 6200만두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돼지가 5,400만두분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병한 부사장은 “우리나라의 구제역 백신 개발연구는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구제역이 근절된 지 오래된 선진국은 구제역 백신 개발에 큰 관심이 없고, 정작 주로 발생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인력·예산 문제로 첨단연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품질이 우수한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을 전제로, 국산 백신이 동남아 등에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신주 개발은 검역본부, 대량생산은 아르헨서 이전
2024년 4분기 국산 백신 생산 목표
구제역백신 국산화는 크게 두 단계를 거친다. 우선 백신 바이러스를 개발해야 하고, 이를 대량생산해 백신 제품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백신 바이러스는 검역본부가 국내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해왔다. 이미 O형 보은주와 A형 연천주로 구성된 2가 시험백신 ‘Virovac K’(근육접종)를 생산해 안전성·효능 등을 시험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움에 따르면 시험백신은 소, 돼지 모두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어능을 보였다. 임신한 소에서도 별다른 과민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에 야외임상시험에 돌입해, 품목허가에 속도를 낸다. 2024년 4분기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술은 해외기업으로부터 이전한다. 2017년 구제역백신 제조시설 구축 지원사업 사업자로 지정된 ㈜에프브이씨(FVC)는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의 구제역 백신 제조사인 바이오제네시스 바구(BB)社와 기술제휴를 본격화했다.
이승섭 FVC 기술지원실장은 “2021년 4월 BB사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BB사가 FVC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며 “BL3를 포함한 KvGMP 및 EU-GMP 수준의 구제역 백신 생산시설을 건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생산을 위한 KvGMP는 물론, 추후 해외 수출을 감안해 EU-GMP 수준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착공한 오송 공장은 3,300평 규모로 짓고 있다. 9월까지 기초 토목 공사를 마치고 건물을 올리고 있다. 내년 4월까지 건축을 마친 후 생산시설을 들이고, 당해 연말부터 시운전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상육 문제 줄일 국산 피내백신도 개발
피내접종용 백신 개발에도 관심이 모인다. 근육접종 대신 피내접종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상육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FVC와 검역본부는 O형 보은주와 A형 연천주로 구성된 피내접종용 시험백신 ‘Peosvac ID’를 만들어 효능을 평가하고 있다.
검역본부가 피내접종용 시험백신을 맞춘 돼지에 국내 발생 O형 안성주 바이러스를 공격접종한 결과 방어능이 확인됐다.
야외 임상시험도 진행됐다. 일선 농장에서 피내접종을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보정 없이 접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SP항체 양성률은 기존 상용백신(근육접종)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대조군으로 설정된 기존 상용백신 접종군에서는 일부 개체에서 이상육이 발견된 반면, 피내접종군에서는 이상육이 발생하지 않았다.
검역본부 박성한 박사는 “피내접종군은 접종 피부 부위에 흔적만 남고, 실질적으로 판매하는 지육에는 이상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내접종은 백신약물(0.5ml)을 피내에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만큼 시중의 피내접종기기 업체 5개소와 함께 최적화된 작동조건을 찾는 추가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L3 백신 국산화 성공하면..다른 재난형 질병 대응 인프라로도 활용
FVC 생산시설이 완공돼 구제역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매년 구제역 백신 확보에 투입되는 수백억원의 예산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 쓰이게 될 전망이다.
BL3 수준의 백신생산 기반이 마련되는 것인만큼, 추후 다른 재난형 질병의 대응 기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가장 먼저 출시될 근육접종용 O+A 국산 구제역 백신이 기존 수입백신과 어떤 차별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드러내기는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국산 구제역 백신이 생산되면 방역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모체이행항체를 극복하고, 이상육 문제를 개선하는 등 개선된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