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 감염 돼지 공급한 종돈장, 농장에 손해배상해야’ 최초 판결 나와
대구고등법원, 돼지 공급한 종돈장에 PED 확산 책임 인정
종돈공급농가(이하 종돈장)에서 공급한 돼지에 의한 질병 전파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PED(돼지유행성설사)에 감염된 돼지를 공급받아 피해를 입었다며 돼지농장이 종돈장을 대상으로 벌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포항에 있는 한 돼지농장(A농장)은 지난 2018년 1월 31일 경북 군위의 축산업자(B종돈장)로부터 자돈 300두를 구입했다. 이후 2월 6일 포유자돈 3두, 이유자돈 3두 폐사를 시작으로 3월 22일까지 842두가 폐사·도태됐다.
A농장은 수의사의 진단(PED 진단키트 검사 양성), 가축병성감정(항원검사 PED 양성), 폐사돈 경북동물위생시험소 병섬감정 의뢰(PED 진단) 등을 토대로 B종돈장이 PED에 감염된 돼지를 공급해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반면, B종돈장은 ‘PED의 잠복 기간이 짧기 때문에 2월 6일에 첫 증상이 나타났다면, 1월 31일에는 돼지들이 PED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양돈장을 운영하는 A농장도 PED 예방을 위한 백신접종이나 방역 당국이 안내한 사항(격리조치 등)에 주의를 기울여가면서 PED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충실히 하지 않아 PED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80%만 인정했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종돈, 정액 공급해야 할 주의의무 인정한 판결”
한편, 이번 판결은 종돈장의 주의의무를 법원이 최초로 인정한 판결로 관심을 받고 있다.
종돈장은 돼지를 공급하기 전에 공급할 돼지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살피고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은 돼지를 공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법무법인 대화)는 “PED라는 질병의 잠복기간, 전파수단, 농장의 방역상태, 질병 전파 과정에서 농장의 인지 시점, 각 양돈장의 지리적·인적 역학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종돈장에서의 질병 전파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종돈장, AI센터의 종돈, 정액 등을 통해 질병이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데, 종돈장, AI센터 등에서 질병이 발생하면 수많은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종돈장, AI센터 등은 질병에 오염되지 않은 종돈과 정액을 공급하여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