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돼지 질병 피드백 사업은 불법진료’ 돼지수의사회 가처분 신청
시험소가 혈청검사·도축병변검사 벌여 질병진단..법정 가축전염병 아닌 질병까지 포함
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최종영)가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의 돼지 질병방제 피드백 사업(이하 피드백 사업)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시험소가 수의사법을 위반해 불법 진료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돼지수의사회의 주장이다.
동물병원 아닌 시험소가 혈청·도축병변 검사
방역사가 채혈, 시험소가 진단
법정 전염병 아닌 질병도..불법진료 지적
피드백 사업은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이하 시험소)의 농가지원사업이다. 참여농장의 질병예방·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주요 질병이 있는지 검사한다. 해당 결과를 분석해 질병관리와 백신 시기를 지도한다.
검사는 혈청검사와 도축병변검사로 나뉜다. 혈청검사를 위한 채혈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방역사가 담당한다. 사육구간(일령)별로 혈액검체를 확보하면, 시험소가 혈청검사를 실시한다.
도축병변검사는 참여 농가에서 출하된 돼지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관내 도축장의 검사관인 시험소 소속 수의사가 담당한다.
올해도 시험소는 1억 8,400만원을 투입해 도내 양돈농가 65개소를 대상으로 피드백 사업을 벌인다. 농가가 부담할 비용은 없고, 전액 도비로 지원된다.
돼지수의사회는 이 같은 피드백 사업이 수의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동물병원도 아닌 시험소가 질병을 진단하고 농가를 지도하는 것은 불법진료라는 얘기다.
피드백 사업이 대상으로 하는 돼지질병은 6종이다. 구제역,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돼지써코바이러스감염증, 유행성 폐렴, 살모넬라, 돼지흉막폐렴이다.
이중 가축전염병예방법상 법정 전염병은 구제역과 PRRS뿐이다. 나머지 4종은 법정 전염병이 아닌 일반질병이다.
돼지수의사회 측은 “채혈행위, 채혈된 혈액을 이용한 혈청검사, 검사 결과에 따른 질병 진단, 진단된 질병에 대한 치료 또는 예방법 고지 등은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라며 “법정 가축전염병의 경우 (동물병원에서 실시된 것이 아닌) 채혈·검사·진단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지만, 법정 가축전염병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에 대해서까지 허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피드백 사업이 아니라도 구제역, 돼지열병(CSF), 브루셀라 등 주요 가축전염병에 대해서는 수의사가 아닌 방역사가 채혈하거나, 동물병원이 아닌 시험소나 민간병성감정기관이 진단행위를 하고 있다.
돼지수의사회는 이들 행위도 불법이지만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동물위생시험소법 등에 따라 법정 가축전염병 대응을 위해 허용된 행위라는 것이다. 반대로 법정 가축전염병이 아니라면 불법진료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제 고객농장도 피드백 사업 참여’ 동물병원 피해
돼지 소모성질환 컨설팅 사업도 문제 지적
이번 가처분신청은 최종영 회장을 비롯한 돼지수의사회원 4명이 제기했다. 4명 모두 돼지임상수의사로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종영 회장은 “제 고객농장에도 피드백 사업 대상자가 있다”면서 “농장 질병을 진단하고 백신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동물병원 진료의 핵심인데, 관에서 무료로 해주면 일선 동물병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종영 회장은 “동물병원이 아닌 관청이 무료 불법진료를 벌이는 셈”이라며 “사육구간별로 채혈해 검사하고, 시험소 수의사가 분석한 결과를 소견서처럼 회신한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진단서비스”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이 이끈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가축전염병 예찰을 빌미로 벌어지는 불법진료가 농장동물병원 임상환경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법정 가축전염병 의심신고가 아닌 일반 진단 목적으로 벌어지는 민간병성감정기관의 검사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취지다.
돼지수의사회는 수의사법을 위반하는 정책을 전면 중단하고, 농장에 진료를 지원하려면 일선 동물병원을 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영 회장은 “불법진료가 혼란스럽게 산재해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추후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돼지 소모성질환 지도지원(컨설팅) 사업의 불법진료 문제에 대한 대응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수원지방법원은 다음달 첫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