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병원성 AI 계기로 반려동물 방역 논의해야”
수의미래연구소, 젊수원탁토론 개최..'다음 번도 사람은 괜찮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수의미래연구소(수미연)가 고양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첫 ‘젊수원탁토론’을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수미연의 새 프로젝트인 젊수원탁토론은 8인 내외의 수의사 혹은 수의대생이 주제별 논의를 벌이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형식적 절차보단 참가자들 간 수평적이면서 자유로운 논의를 지향한다.
8월 31일 열린 원탁토론에는 수미연 관계자들을 비롯해 가금수의사인 고승열 원장(다란동물병원)과 이상준 부회장(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 이동환 정책국장(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이진환 학생 (건국대 수의학 4) 등 7명이 참여했다.
고병원성 AI는 주로 가금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지만,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로의 전파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간 감염 조류에 직접 접촉하는 가금 산업 종사자나 야생 포유류 등이 주로 전염됐지만, 지난 7월에는 폴란드와 한국에서 고양이에서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용산구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같은 보호소의 고양이들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알려지며 고양이간 전파 가능성도 의심됐다. 관악구 소재 시설의 고양이 4마리에서도 확진 사례가 추가됐다.
관악구 발생시설의 고양이 생식사료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되면서 발병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사료제조업체의 유통 제품에 대한 회수·폐기조치가 이어졌다.
원탁토론 참여자들은 관련 조치가 빠른 시일 내 이루어졌고 추가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현 방역 체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을 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다가올 다른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고양이 생식사료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을 두고서는 방역에 빈틈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사료제조업체가 멸균 공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애초에 AI에 오염된 원료가 제조 공정으로 유입된 셈이라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사료가 문제였다’에 그치지 않고, 감염 전후 역학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사태 당시 온라인 상에서 길고양이 혐오성 여론이 조성되거나 일부 동물권 단체에서 “고양이는 죄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향후 반려동물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목됐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고양이는 가축에 포함돼 살처분을 포함한 방역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는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고병원성 AI 고양이 감염사례 모두 사람으로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강력한 방역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다음에 찾아올 인수공통감염병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수미연 측은 “향후 인수공통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하여 보다 짜임새 있는 동물 방역 체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고양이처럼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에서도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 방역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