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가 고병원성 AI에 무증상 감염될 수 있다

대유행 위험후보 인플루엔자..이탈리아 AI 발생농장서 기르던 개·고양이에서 무증상 항체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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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한림원탁토론회는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다음 감염병 대유행(pandemic) 위험을 제시하며 대비책을 조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대유행 가능성이 높은 병원체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꼽히는데, 이날 송대섭 서울대 교수는 포유류 감염사례가 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주목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종의 포유류에 H5N1형 AI가 감염돼 집단폐사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포착하기 어려운 무증상 감염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에 감염됐지만 무증상이었던 개·고양이 사례가 보고됐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Eurosurveillance에 보고한 논문(Asymptomatic infection with clade 2.3.4.4b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H5N1) in carnivore pets, Italy, April 2023)에 따르면, 같은 해 4월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가금농장에서 닭과 개·고양이의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이 검출됐다.

닭·오리·거위 등을 30여마리 길렀던 소규모 농가에서 닭 18마리 중 16마리가 폐사하면서 방역당국에 신고했고, 정밀검사 결과 H5N1형 고병원성 AI로 진단됐다.

해당 바이러스는 2021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H5N1형 2.3.4.4b 클레이드에 속했다. 당해 이탈리아의 야생조류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도 유사했다.

당시 인근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가금농장에서 7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AI가 발생한 것 자체는 크게 특별할 일은 아니었다. 주목할 점은 개와 고양이에 있었다.

닭에서 폐사 증상을 보인지 한 달여 후에 해당 농장에서 기르던 개 5마리와 고양이 1마리의 혈액을 채취하여 검사한 결과 항체 양성반응을 보인 것이다. 항원은 분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해당 농장 닭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포유류 세포에서의 친화도를 높이는 PB2 돌연변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유럽 조류에서 수집된 2.3.4.4b H5형 AI 바이러스에서는 관찰된 적이 없는 돌연변이라는 점을 지목하면서 “포유류에서 조류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개·고양이의 항체 양성도 특징적이었다. 최근 프랑스·폴란드 등의 고양이에서 발생한 H5N1형 AI 감염이 심각한 호흡곤란이나 신경증상 등을 보인 반면, 이번에 감염된 개·고양이에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고양이에서 2.3.4.4b 클레이드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사례가 나왔는데, 이 때도 감염 고양이는 고열과 식욕부진 등으로 폐사했다.

연구진은 “(개·고양이에서의) 항체 역가는 항원에 대한 단순 노출이 아닌 실제 감염을 시사했다”며 “감염된 반려동물에서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만큼 인간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동물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의 무증상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혈청학적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대섭 교수는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충격을 받았던 논문”이라며 고병원성 AI에 걸린 개나 고양이가 무증상인 채로 스케일링처럼 일상적인 진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내원하여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고양이가 고병원성 AI에 무증상 감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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