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관 대부분 AI 발생지 출입, 방역관도 농가도 ‘전염될까’ 우려
정부, '차단방역' 역행하는 출하전 임상관찰 횟수 오히려 증가시켜
최근 가축방역관 근무태만 논란을 빚은 가금 출하 전 이동승인서 발급 정책에 대해 일선 가축방역관들이 성토하고 있다. 방역현장을 모르는 정부의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모 시군의 가축방역관을 맡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 A씨는 “출하 전 임상관찰을 통해 이동을 승인해준다는 것은 일반인이 보기에나 그럴 듯 하지, 방역 일선의 수의사들이 보기에는 AI를 막는데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차단방역을 위협하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가금 이동에 주의를 요하는 AI 발생지역의 경우 가축방역관이 발생농가나 역학 관련 농가를 방문할 수 밖에 없다. 이 후 출하 전 임상관찰을 위해 비발생농가를 방문하자니, 아무리 소독을 한다고 해도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시∙군의 가축방역관은 많아야 5명, 대부분은 1~2명 수준.
“소수의, 그것도 AI 발생지역을 방문했던 수의사가 다수의 가금농장을 다니라는 것은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차단방역’을 공무원 스스로 어기는 일이라는 것”이 일선 방역현장의 지적이다.
발생 시∙도의 방역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I가 계속 확산되다 보니 방역기관 수의사들도 모두 발생농가에 투입될 수 밖에 없었다. 방역기관 수의사 B씨는 “발생농가 방문 후 일주일 간 타 농가 방문을 금지하고 있지만, 어차피 여러 수의사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상황이라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B씨는 “일주일 방문 금지기간이나 전염위험성 때문에 정부는 수의사가 아닌 일반공무원을 교육시켜서 임상관찰을 보내라고 했지만, 솔직히 실효성이 전혀 없다”면서 “수의사도 아닌 공무원이 사진 몇 장, 설명 몇 줄 듣고 농가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출하정지나 이동제한조치를 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수의사가 농가에 방문할 수 밖에 없고, 방역기관 수의사들은 전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B씨는 “농장에 가야 하는 수의사도 막아야 할 판에, 오히려 점점 많이 방문하라고 하니 그러다가 방역관들이 AI를 수평전파 시킨다는 논란이 일까 걱정이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금 농장 출하 전 임상관찰을 종전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시도 방역기관 수의사들의 간이키트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농장주들도 가축방역관의 방문으로 AI가 전염될까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심한 곳은 아예 방역관을 농장 밖에 세워두고 시료 채취할 닭을 가져다 주기까지 한다.
B씨는 “방역 의식이 투철한 농가일수록 방역관이 농장 내로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며 “다른 농장에서 AI를 전염시키면 어떻게 할거냐고 따지는데 틀린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단방역 상 위험을 무릅쓰고 라도 임상관찰을 할 효용이 있는지에 대해서 방역현장의 반응은 의문형이다. 어차피 임상증상이나 간이키트검사 만으로는 AI를 100% 진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농장주로부터의 병력(산란율, 폐사율 추이)청취가 중요하며, 이러한 가금 관찰은 근본적으로 축주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가금 출하나 농장 간 이동 현황은 철저히 파악하되, AI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축방역관이 가금 농장에 방문하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일선 방역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