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저병원성 AI·전염성기관지염 혼합감염 큰 피해..대책 필요하다

AI 백신 쓰기 어려운 육계, IB 혼합감염 피해라도 막아야..현황 파악 위한 가전법 개정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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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80계열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봄 육계에도 큰 피해를 일으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백신에 기댈 수 없다. 검역본부가 개발한 저병원성 AI 백신이 지난해부터 출시됐지만, 근육접종용 사독백신이라 사육기간이 짧은 육계에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닭전염성기관지염(IB)과 함께 발생하면 폐사 피해가 심각해지는 경향을 보인만큼, IB 대비도 강조된다. 일각에서는 육계의 뉴캣슬병(ND) 관납백신을 ND+IB 혼합으로 쓸 수 있도록 재원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진 : 국립축산과학원)

육계·토종닭서 Y280계열 H9N2형 AI 피해

전염성기관지염(IB)과 혼합감염 시 극심한 폐사

2020년 국내에서 처음 검출된 Y280계열 H9N2형 저병원성 AI로 가금산업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국내 가금농가에서 확인된 H9N2형 AI는 모두 750건이다. Y280계열이 확인된 2020년 6월 이후로는 모두 Y280계열로 확인됐다. 1996년부터 발생했던 기존 Y439계열을 완전히 대체한 셈이다.

Y280계열 H9N2형 AI는 닭에 감염되면 주로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 산란율이 감소한다. 소화기 친화적으로 전신감염을 일으키던 Y439계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산란계와 종계에서는 대책도 마련됐다. 검역본부가 개발한 백신이 지난해 상용화됐다. 문제는 백신을 쓸 수 없는 육계(154건)와 토종닭(323건)에서의 발생도 많다는 점이다.

호남지역에서 육계를 진료하고 있는 A원장은 “지금은 날씨가 더워져 좀 덜하지만, 5월 이전까지는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저병원성 AI나 IB가 각각 발생하거나, 심지어 함께 발생하면서 큰 피해를 주는 사례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예년에는 호흡기 증상이 포착되어도 폐사 발생이나 농장 내 확산까지 시간도 걸리고 대응도 어느정도 가능했지만, 올해는 폐사가 빠르고 심하게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원장은 “저병원성 AI와 IB가 함께 발생한 농가는 폐사가 정말 심했다”면서 “작년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 계열화사업자 쪽에서 5월 중순까지는 농장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가금수의사회 세미나에서 이 같은 피해 양상을 전국적으로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육계협회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육계에서 저병원성 AI 피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으로부터 병성감정을 요청받는 대학이나 검역본부에서도 ‘육계에서 저병원성 AI 피해가 많다’고 귀띔했다.

중국 연구진이 2022년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SPF 닭에 대한 감염실험 결과 IB나 H9N2형 AI 각각의 단독 감염보다 혼합 감염의 병원성이 더 컸다. 특히 IB가 먼저 감염된 이후 H9N2형 AI가 이어서 감염되는 경우의 폐사가 가장 심했다.

SPF 닭에서의 IB 및 H9N2형 AI 감염 실험 결과 IB를 먼저 감염시킨 후 H9N2에 감염시킨 실험군(IBV/H9N2)의 폐사율이 가장 높았다.
(Kong L et al. (2022) Infectious Bronchitis Virus Infection Increases Pathogenicity of H9N2 Avian Influenza Virus by Inducing Severe Inflammatory Response. Front. Vet. Sci. 8:824179. doi: 10.3389/fvets.2021.824179)

육계에는 AI 사독백신 활용 어려워

IB 혼합감염 피해라도 막아야

‘ND+IB 부화장 백신 늘릴 관납사업 재편 필요’ 주장도

검역본부가 개발한 Y280 백신은 근육접종용 사독백신이다. 사육기간이 짧고 마릿수가 많은 육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때문에 육계에서 저병원성 AI를 막으려면 바이러스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출입차량·사람의 소독·환복이나 올인올아웃 등 차단방역 수칙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순환하는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줄어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Y439계열 H9N2형 AI도 2007년 백신이 도입됐지만 이후 10여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생이 줄었다. 백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유통경로도 다른 토종닭에서는 더 오래 지속됐다.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방역당국과 일선 수의사들 모두 백신으로 감염 위험이 낮아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산란계·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백신처럼 뚜렷한 해법이 육계에는 없다고도 입을 모았다.

1996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H9N2형 AI 통계
(Sagong M et al. Current situation and control strategies of H9N2 avian influenza in South Korea. J Vet Sci. 2022 Dec;24(1):e5. https://doi.org/10.4142/jvs.22216)

일각에서는 IB 방어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B는 기존에도 육계 생산성을 위협하는 주요 질병 중 하나였지만, Y280 H9N2형 AI와 혼합감염되면 큰 피해를 일으키는만큼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뉴캣슬병(ND) 관납백신을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부화장에서 1일령에 접종하는 ND 관납백신을 ‘ND+IB 합제’로 쓰게 한다면 IB 방어에 도움이 된다는데 착안했다.

이미 하림이 위치한 전북에서는 ND+IB 합제를 쓰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납사업을 재편하자는 것이다.

또다른 일선 가금수의사 B원장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관납백신을 필요한 곳으로 돌리자는 것은 좋은 접근이다. 이미 농가를 위해 쓰이고 있는 예산을 활용하는 것이니 부담도 적다”면서 “이상적으로는 관납이 없어져야겠지만 쉽지 않다면, 농가 질병 상황에 따라 유연해지기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감보로병(IBD) 백신처럼 필요성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관납백신은 ND+IB 합제 등 필요한 분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저병원성 AI와 IB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공식 통계 상 수치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
(자료 : KAHIS 법정가축전염병 발생통계)

다들 피해 크다는데..정확한 통계가 없다

가축전염병 분류체계 개편 시급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방역당국과 학계, 일선 수의사들도 육계에서의 저병원성 AI와 IB 혼합감염 문제가 크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피해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진단도 신고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호흡기 증상으로 폐사가 일어나도 원인체 분리까지 진단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설령 알게 된다 하더라도 방역당국에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IB를 포함한 가금 전염병 다수는 2종 법정 가축전염병이다. 저병원성 AI는 3종전염병이다. 2·3종 법정전염병이다 보니 살처분이나 그에 따른 보상금은 없으면서, 이동제한이라도 걸리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때문에 가축전염병 분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듭 나왔다. 이동제한 등의 페널티는 없애 신고를 활성화하여 현황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가축전염병 분류체계 개편 및 주요 가축전염병의 단계적 방역 목표 수립’ 연구용역을 마련했다.

현재 마무리단계인 연구용역은 국내에 상재화된 소모성 전염병 다수의 발생통계가 왜곡되지 않도록, 3종 전염병은 신고하더라도 방역 상의 통제를 하지 않는 형태로 바꾸고, 이 같은 조치가 적합한 질병들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소문만 있고 데이터가 없으니 대책 마련이 안 된다. 문제 개선에 필요한 연구사업을 만드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면서 “(소모성질환은) 신고를 해도 농가에 페널티가 없는 형태로 개정해 현황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계 저병원성 AI·전염성기관지염 혼합감염 큰 피해..대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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