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고병원성 AI 백신 만든다..HVT 벡터 백신 개발 착수

선진국도 속속 개발·도입..HVT 벡터로 DIVA 되는 고병원성 AI 다가백신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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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국산 가금백신 개발이 본격화된다.

한국은 매년 겨울 고병원성 AI를 겪으면서도 살처분·차단방역으로 막고 있지만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 피해가 커지며 유럽·미국 등 선진국들이 이미 백신 개발·도입에 나서고 있다. 포유류로 늘어나는 종간 전파도 팬데믹 인플루엔자의 출현을 우려케 한다.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병원성 AI 백신의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추고, 늘어나는 해외 백신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대학교 조류질병연구소는 8월 29일 익산 전북대 특성화캠퍼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용 HVT 벡터백신 개발연구(연구책임자 강민)’ 첫 회의를 열고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최근에 유행하는 고병원성 AI의 HA 항원을 탑재하고 DIVA 기술까지 적용한 고병원성 AI 백신을 2026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는 2017-18년 겨울 고병원성 AI로 3천만수가 넘는 가금을 살처분하는 큰 피해를 입으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당시 방역당국이 긴급 상황에 대비해 고병원성 AI 백신후보주 5종에 대한 불활화백신을 항원뱅크로 구축하기도 했다.

이 후로도 겨울마다 크고 작게 고병원성 AI가 발병했지만, 다행히 비축해둔 긴급용 백신을 실제로 꺼내 쓰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쓰지 않는 항원뱅크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였을 뿐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2021년부터 전세계를 휩쓴 H5N1형 고병원성 AI가 선진국에까지 큰 피해를 입히면서다. 유럽과 미국이 예방용 고병원성 AI 백신 개발을 본격화했다.

유럽은 2022년부터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5개국이 공동으로 고병원성 AI 백신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질병이 유행하기 이전, 평상시에 예방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예방용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프랑스는 이미 백신을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2023년 오리 6,400만수를 대상으로 고병원성 AI 백신을 접종했다. 2021년부터 유행한 고병원성 AI로 자국 가금 2,100만수 이상을 살처분한 후 내린 결정이다. 백신 도입을 이끌었던 프랑스의 CVO(Chief Veterinary Officer) 엠마뉘엘 수베항은 올해 세계동물보건기구 신임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미국도 USDA가 올해 5월 북미 유행주에 대한 고병원성 AI 백신 효능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젖소로 종간전파된 H5N1형 고병원성 AI가 여러 주로 확산되면서 인체용 백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번 연구의 주관책임자인 전북대 조류질병연구소 강민 교수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에 대한 사람 백신의 개발·비축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백신을 쓸 일이 없도록 동물 단계에서 잘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능동예찰을 강화하고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유연하게 축소 조정하면서 고병원성 AI로 인한 가금 피해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매년 연례행사가 된 고병원성 AI가 언제든 예전처럼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언제 필요할지 모를 백신을 무작정 해외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팬데믹 출현 위험이 큰 인플루엔자에서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겪었듯 전세계가 필요로 하는 백신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 한국의 차례는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늦어지는 순서만큼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계획한 고병원성 AI 백신은 칠면조허피스바이러스(HVT)를 활용한 벡터백신이다. 유럽·미국에서 개발 중인 고병원성 AI 백신도 HVT 벡터백신에 주력하고 있다.

1세대 마렉병 백신으로 활용됐던 HVT는 이젠 마렉병 예방 목적보다는 다른 질병의 유전자를 탑재한 벡터백신의 전달체로 활용되고 있다.

HVT 벡터가 숙주세포에서 평생 증식하는 특성을 활용해 한 번 접종 만으로 평생 면역을 지속할 수 있고, 체액성 면역뿐만 아니라 세포성 면역도 유도할 수 있다.

HVT 벡터백신을 생산하는데 생물안전 3등급 시설이 요구되지도 않고, 만들어진 백신의 부화장 내 종란접종이 가능하다는 실용적인 장점도 있다.

이미 세바, 베링거, MSD 등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제약사들이 HVT 벡터백신 형태의 고병원성 AI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에 해외에 있는 HVT 벡터 고병원성 AI 백신보다 우수한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2.3.4.4b 클레이드 H5 항원을 탑재하는 한편 야외주 감염과 백신 접종을 구별할 수 있는 DIVA 전략을 확립한다. 아예 DIVA를 위한 마커로 NA 항원까지 재조합한다는 계획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해 HA 항원은 다가로 구성한다. 백신은 2027년, DIVA 키트는 2028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HVT 벡터백신이 액체질소 초저온 냉동이 요구되는 반면 연구진이 개발할 백신은 동결건조 냉장 방식으로도 유통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높일 방침이다.

장형관 교수(조류질병연구소장)는 “앞으로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고병원성 AI 백신 전략이 적극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예방용 고병원성 AI 백신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수출이 산업화 전략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이번 연구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고위험동물감염병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전북대 조류질병연구소는 백신주 개발 및 유효성 평가를, 서울대 권혁준 교수팀은 DIVA 전략 수립을, 코미팜·고려비엔피는 백신 산업화 및 해외수출을, 메디안디노스틱은 DIVA 키트 개발을 맡는다.

한국가금수의사회, 농림축산검역본부, 하림과 한국양계TS, 가금생산자단체가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한국도 고병원성 AI 백신 만든다..HVT 벡터 백신 개발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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