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수의사회 ‘청정 전남’ 다짐..수의사에 의한 백신접종 중요성 지목
소 전업농도 구제역 백신 수의사 접종 지원하는 전남..럼피스킨은 자가접종 사후확인 어렵다
전라남도수의사회(회장 백남수)가 9월 27일(금) 나주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제2회 전라남도수의사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 개회식에서는 청정전남 방역다짐대회도 함께 진행됐다. 질병없는 청정 전남을 위해 재난형 가축전염병을 수의사가 막아낸다고 선언했다.
전남은 이제껏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다. 소 럼피스킨병도 지난해 전국 107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2건에 그쳤다. 철새가 전파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제외하면 재난형 가축전염병에서 비교적 안전한 셈이다.
전업농도 구제역 백신 수의사 접종 지원하는 전남
소의 주요 가축전염병인 구제역과 럼피스킨은 백신으로 막는다. 개방형 사육이 대부분인 국내 소 사육농장 특성상 차단방역을 통한 억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백신을 잘 놓는 것이 중요한데, 소의 경우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에만 수의사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50두 이상 전업농은 자가접종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전남 동물방역시책을 소개한 이영남 전남도청 동물방역과장은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구제역 백신을 전액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 지역 전업농이 백신구입비 50%를 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 셈이다.
전업농에도 일부 수의사 구제역 백신접종을 지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전남은 올해 관내 50~100두 규모의 소 사육농가 중 60%가량에 해당하는 12만3천두의 수의사 접종을 추가로 지원한다. 도 자체사업이다.
이 과장은 “다른 사업을 조정해 어렵게 접종비를 확보했다. 도에서도 (접종지원) 사업비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제역·럼피스킨 역학을 주제로 연수교육 강연에 나선 유대성 전남대 교수는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수의사가 접종하는) 소규모 농가보다 전업농의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면서 “수의사가 백신을 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라고 지목했다.
럼피스킨은 자가접종 사후확인 방법 마땅치 않다
현장선 자가백신 미흡 우려
수의사에 의한 접종의 중요성은 럼피스킨에서 더 크다. 구제역은 자가접종도 SP항체검사를 통해 제대로 했는지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럼피스킨에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동물위생학회에서 조호성·오연수 교수팀이 발표한 럼피스킨 백신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전북·전남·제주의 소 3,910마리를 검사한 결과 1,196마리(30%)에서 항체가 검출됐다. 품종별로는 한우(29%)가 젖소(43%)보다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앞서 유럽에서 보고된 항체양성률 30~34%와 비슷하다. 백신접종이 미흡했다기 보단, 항체양성률이 구제역 백신 만큼은 나오지 않는 럼피스킨 백신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장은 앞서 4월에 먼저 추가 일제접종을 실시했던 4개 시군(무안·신안·함평·영광)을 조사한 결과 항체양성률이 50%대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럼피스킨 백신은 제대로 접종해도 항체양성률이 높게 나오지 않은 특성이 있다. 바꿔 말하면 자가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이를 사후에 확인해 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백신 미흡에 대한 우려는 현장에서도 나오고 있다. 전날(9/26) 전주에서 열린 전북수의사회 연수교육에서 만난 소 임상수의사들로부터 “(전업농) 농가들이 럼피스킨 백신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앞서 9월 4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도 럼피스킨 백신 자가접종을 사후에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달 경기도 안성 한우농장(전업농)에서 발생한 럼피스킨은 사육두수 4마리 중 1마리가 감염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았다. 백신 미흡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후 양구, 여주, 충주 등지의 발생농장에서는 송아지에서 증상이 확인됐다. 이영남 과장은 “(럼피스킨 백신) 접종유예축과 송아지에 대한 접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남은 10월 구제역 백신을 일제접종하면서 여수·순천·나주·광양·해남·영암·장성·진도 소재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럼피스킨 백신을 함께 접종할 계획이다.
방역사업 민간으로 이양..공수의 역할 확대
전남은 일선 공수의와 가축방역 민관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89억원 수준이던 수의사 관련 가축방역 사업비는 올해 137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공수의 인원도 도내 100명에서 120명으로 증가했다.
이영남 과장은 “민간에 대한 방역사업 위탁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일이 많아지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커진다”고 말했다.
백남수 전남수의사회장은 “수의사의 권익은 회원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며 “수의사 신조와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재난형 질병이 전남에서 문제되지 않도록 회원 모두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회 현장을 찾은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농장동물에 온갖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동물 진료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으로 농장을 진료할 수 있는 권한을 임상수의사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