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젖소 고병원성AI, 14개주 320개 우군 감염..살처분 없어도 경제적 피해 ↑
美 코넬대 수의대 디에고 디엘 교수 초청강연
미국에서 젖소로 종간 장벽을 뛰어넘은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젖소농장에서만 미국 14개주 320개 우군(herds)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미국은 발생농장에서 감염된 소도 살처분하지 않고 있다. H5N1형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소는 심한 유방염을 일으키며 유량감소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10월 17일(목) 엠비씨컨벤션 진주에서 열린 2024년도 대한수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 코넬대 수의대 디에고 디엘(Diego Diel) 교수가 북미 지역의 H5N1형 고병원성 AI 현황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디엘 교수팀은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젖소로의 H5N1형 고병원성 AI 종간전파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Spillover of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5N1 virus to dairy cattle).
젖소 HPAI, 반 년 만에 14개주 300개 이상의 우군으로 확산
우유로 바이러스 집중 배출..유량 감소 2개월까지도 회복 못 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2.3.4.4b 클레이드 H5N1형 고병원성 AI는 2022년초 미국에 상륙했다. 당해 1월 야생조류에서 확인된 후 2월 바로 가금농장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까지 사실상 미국 전역에 가까운 48개주 1,175개 계군(flock)에서 발생했다. 이중 509개 계군이 전업농장이었다. 디엘 교수는 “바이러스로 인한 폐사와 살처분까지 1억마리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포유류로의 종간전파(spillover)도 곧장 이어졌다. 2022년 4~5월경 미국에서 흔한 야생 육식동물인 붉은여우(Red fox)에서 신경증상을 동반한 폐사가 H5N1형 고병원성 AI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포유류 야생동물에서만 24종에 걸쳐 399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디엘 교수는 이 같은 야생 포유류 감염보고를 ‘빙산의 일각’으로 지목했다. 폐사나 뚜렷한 증상을 보였던 케이스 일부가 예찰된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염이 보고된 케이스는 대부분 육식동물로, (H5N1형 AI에 감염돼) 폐사한 야생조류의 사체를 먹다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종간전파가 주요 가축인 젖소로 넘어온 것은 올해 3월 전후다. 텍사스, 뉴멕시코를 시작으로 원인미상의 식욕부진과 유량감소, 마치 초유처럼 변질된 우유 생산 등의 증상이 보고됐고 정밀검사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10월 16일까지 미국 14개주 320개 젖소 우군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됐다. 이중 캘리포니아에서만 최근 한 달 새 110개 우군에서 감염이 확인되는 등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감염 젖소 심각한 유방염..60일 이후까지도 유량 저하
생우유가 위험..냉장보관 시 8주까지도 생존
디엘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감염된 소는 주로 우유로 바이러스를 배출했다. 조직검사에서도 림프절, 소장, 대장보다 유선조직의 바이러스 검출량이 가장 컸다.
디엘 교수는 “감염된 젖소의 우유에서 감염력이 있는 AI 바이러스가 다량 검출됐다. 실험실에서 세포배양을 해도 얻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면서 “이 바이러스는 복제하기 위해 젖소의 유선조직 상피세포를 명확히 겨냥한다. 감염된 소가 매우 심각한 유방염에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를 우유로 배출하는 시기는 감염 후 3~7일까지로 국한됐다. 유방염 증상이나 변질된 우유를 배출하는 시기는 감염 후 2주까지 유지된 반면, 한번 감소한 유량은 60일이 지나도록 감염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축에 감염된 고병원성 AI가 사람까지 전파된 사례는 현재까지 19명이 보고됐다. 이중 10명은 소 농장에서, 9명은 가금 농장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대부분 결막염을 중심으로 가벼운 증상만 보였다.
디엘 교수는 고병원성 AI 감염이 젖소농장에 주는 경제적 피해에도 주목했다. 발생농장에서 감염된 소를 살처분하진 않지만 유량감소와 도태에 의한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디엘 교수가 소개한 연구(미발표)에서 추적한 발생농장은 3,876두 규모로 이중 777마리(20%)가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인한 증상을 보였다. 항체양성률은 77%로 훨씬 높았다. 대부분 감염됐지만 이들 모두 증상을 보이진 않은 셈이다.
유량 감소 영향도 증상 유무로 갈렸다. 30kg대였던 일일유량이 무증상축에서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증상축에서는 10kg대로 크게 감소했다. 감염에 따른 폐사율이나 도태비율도 증상축이 무증상축에 비해 4~5배가량 높았다.
디엘 교수는 해당 농장이 H5N1형 AI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 유량감소, 도태 등으로 입은 피해규모를 60일간 1백만달러로 추정했다.
젖소 AI 감염으로 인한 공중보건학적 위험은 살균되지 않은 생우유에 초점을 맞췄다. 4도 냉장보관 상태에서 최대 8주까지도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생존한다는 것이다.
디엘 교수는 “통상적인 저온살균으로 (우유 내 AI 바이러스는) 불활화되지만, 생우유나 생우유 기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의 리스크는 높다”며 “발생농장은 심각한 유방염과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