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4배 증가한 고병원성AI 감염 포유류 축종..한국도 안심 못 해
H5N1형 HPAI 감염 포유류 12종에서 48종으로 증가...바이러스 전파·변이 점점 빨라져
2024년도 대한수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가 ‘동물과 인간의 Wellness를 위한 미래 수의학’을 주제로 17일(목) 엠비씨컨벤션 진주에서 개막했다.
대한수의학회는 이날 최근 다양한 포유류에 감염되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를 중요하게 다뤘다.
기조강연에서 미국 코넬대 수의대 디에고 디엘(Diego Diel) 교수가 북미지역의 H5N1형 고병원성 AI 현황을 소개했고, 곧바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인수공통감염병 세션을 운영했다.
바이러스질병과 신연경 수의연구관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H5N1형 고병원성AI의 포유류 감염 사태에 대해 강의했다.
신 연구관이 소개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H5N1형 고병원성AI의 포유류 감염 패턴을 분석한 논문(Recent Changes in Patterns of Mammal Infection with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H5N1) Virus Worldwide)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보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고병원성AI의 포유류 감염 축종이 대폭 증가하고, 발생국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4.4b 클레이드 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남미, 북미 국가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포유류 감염이 발생하고 있으며, 포유류 감염 축종도 12종에서 48종으로 늘어났다.
2019년까지 해양포유류가 H5N1형 고병원성AI에 감염된 사례는 하나도 없었으나,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바다사자, 물개 등 해양포유류의 AI 감염이 크게 증가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남미에서는 수만 마리의 해양포유류가 집단 폐사했고, 인체감염 사례까지 나왔다.
심지어 이 논문은 2023년까지 사례를 분석했기 때문에, 올해 2월부터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H5N1형 고병원성 AI의 젖소 감염 사례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디에고 디엘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0월 16일까지 14개 주 320개 젖소 우군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소 농장에서 ‘젖소로부터 고병원성AI에 감염된 사람’도 10명에 이른다. 조류→젖소→사람으로 바이러스가 2번 스필오버(Spillover, 종간전파)된 경우다.
신연경 연구관은 “2020년 이후로 H5N1형 고병원성AI 발생이 대유행(panzootic)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변이하면서 감염 축종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팬데믹이 고병원성AI? 가능성 작지만, 안심할 수 없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찰…예찰 대상 포유류 축종 늘리고 원유 검사도 시행
H5N1형 고병원성AI 감염 포유류 축종이 늘어나고 인체 감염 사례도 계속 발생하면서, 고병원성AI가 코로나19 이후 다음 팬데믹(Pandemic)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포유류 감염이 늘어날수록 인체감염 가능성도 점차 커진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H5N1형 고병원성AI에 감염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총 878명이었으며, 그중 458명이 사망해 치사율 52%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는 중국, 이집트,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감염자가 나왔으나, 2020년 이후로는 미국, 영국, 스페인, 칠레, 베트남, 캄보디아 등 여러 국가에서 인체 감염사례가 나왔다.
신 연구관은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음 팬데믹이 될 가능성은 현재까지 낮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포유동물에 감염되고 있고 바이러스의 변이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H5N1형 고병원성AI의 인체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고, 미국과 달리 젖소 발생도 없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매년 겨울 고병원성AI가 발생하고 있고, 작년에는 서울의 고양이 보호시설 2곳에서 고병원성AI 고양이 감염 사례까지 나온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신 연구관의 생각이다.
신연경 연구관은 “차단방역과 질병감시·예찰(surveillance)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예찰 계획을 세우고 학계에서는 예찰 방법을 개발하고, 정부는 예산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고병원성AI에 대한 예찰 감시를 대폭 강화했다.
‘우리나라의 고병원성AI 현재 상황’에 대해 발표한 이광녕 수의연구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23년 한해에 547,581건의 AI 샘플 검사를 실시했다. 가금농가는 물론, 야생조류(포획), 야생조류 분변, 살처분 시 획득한 시료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시기별로 AI 예찰·검사 주기를 다르게 설정하는데, 위험도가 높아지면 예찰·검사 주기를 단축한다. 특별방역기간에는 매월 검사하고, AI가 발생하면 2주 단위로 검사한다. 평균 주당 검사 농장 수는 2천개에 달한다.
이광녕 연구관은 “고병원성AI 조기 검출을 위해 농식품부, 검역본부, 동물위생시험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민간 병성감정기관들이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에 대한 고병원성AI 예찰검사도 시행 중이다. 2018년 돼지와 개를 시작으로 현재는 고양이, 젖소, 염소까지 예찰대상에 포함됐으며, 미국의 젖소 감염 사태 이후로는 원유검사까지 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시한 포유류 및 원유 예찰 검사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