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농장에서 왜 발생한 거야? 다음에는 언제, 어디가 위험하지?”

국제수의역학워크숍 개최..신종질병 위험, 역학적 접근법과 연구 사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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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원인이 뭔가? 왜 이 농장에서 발생했어?”

“다음에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 같은가? 어떤 농장이 위험해?”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소 럼피스킨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가 진행된다. 역학조사를 하면 발생원인도 찾고, 어디로 확산될 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주최하는 2024 국제수의역학워크숍이 11월 25일(월)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이날 세 번째 연자로 나선 민경덕 충북대 교수는 “가축질병 데이터 분석 및 위험도 평가 방법”을 주제로 역학 분석이 가진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민경덕 교수)

민경덕 교수는 앞선 질문에 ‘확실히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수의학의 세계에서는 질병 발생의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질병에 걸릴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나도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며, 각각의 요인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도 어렵고, 생체의 작동방식도 전부 규명되지 못한 채이기 때문이다.

“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는데 1km 떨어진 다른 농장에 일주일 안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불가능하다”면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역대도 설정하고 (필요하다면) 예방적 살처분도 실시하는 것이다. 각 농장의 발생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역학이 개별 농장의 발생원인을 찾기보다 ‘차단방역 수준이 높으면 질병발생 확률이 낮아진다’는 식의 ‘비교’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목했다.

차단방역 수준이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질병발생확률을 과학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분석대상 농장을 무작위화(randomization)하거나 발생농장-비발생농장의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처럼 비교를 통해 분석하면 “백신접종이 질병예방에 효과가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 반면 A라는 발생농장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서 발생했는가 여부는 알 수 없다.

민 교수는 “역학적 방법으로 개별적인 인과추론은 어렵지만, 감염원을 알아내 추가 전파를 최소화하거나 축주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개별적 인과추론에 대한 수요는 있다”면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의 사례를 소개했다.

가축전염병과 마찬가지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역학적 분석으로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면 폐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집단적 특성은 규명할 수 있지만, 개별 환자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기 때문에 폐질환이 생겼는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피해를 구제하려면 대상을 가려야 하니 기준이 필요하다.

때문에 법적으로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위한 요건을 약속해두고, 그에 해당한다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환자로 보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민경덕 교수)

오연수 강원대 교수는 국내에 새롭게 발생한 럼피스킨병과 함께 유입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미발생질병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가성우역(PPR)과 아프리카마역에 특히 주목했다.

염소, 양 등 소형반추류에서 발생하는 가성우역은 이환율과 폐사율이 심하면 100%에 달하는 주요질병이다. 주로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가성우역은 2016년 조지아를 시작으로 유럽에서도 보고됐다.

오 교수는 “특히 (비발생지역에서의) 첫번째 발생에서는 폐사율이 굉장히 높을 수 있다”면서 “한국은 아직 청정지역이지만 많은 주변국들이 이미 공식적인 PPR 발생국이다. 한국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마역은 말에서 95%에 달하는 폐사율을 보이는 악성 전염병이다. 럼피스킨과 유사하게 흡혈곤충으로 전파된다. 아시아에서는 2020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동훈 건국대 교수는 AI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분자역학의 이해를 도왔다. 대규모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 시공간 정보 등 메타데이터를 더해 역학 분석을 돕는다.

이 교수는 “기존의 방역 예찰에 유전자정보를 더해 시공간적으로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전파되는지 실시간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은 연구 인프라는 코로나19 등 다른 병원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만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연구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서는 FAO아시아태평양사무소 Tang Hao 박사가 수의역학 인력 역량 개발을, 프랑스 툴루즈 수의과대학의 Timothée Vergne 교수가 고병원성 AI 및 ASF에 대한 다양한 역학 연구를 소개한다.

이번 국제워크숍은 12월 1일(일)까지 온라인으로 강연을 지속 송출한다. 참가 희망자는 검역본부 역학조사과(054-912-0449)에 문의하면 접속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 농장에서 왜 발생한 거야? 다음에는 언제, 어디가 위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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