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소 럼피스킨병에 대한 역학조사 분석보고서를 11월 발간했다. 지난해 소 사육농장에서 전국적으로 발생한 107건이 분석 대상이다.
2023년 발생한 107건 분석..50두 미만 소규모 농가가 가장 큰 비중
아프리카지역의 풍토병이었던 럼피스킨은 201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지난해 한국에까지 이르렀다. 10월 19일 충남 서산 소재 한우농가를 진료차 방문한 수의사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후 서산·당진, 부안, 창원 등 항만지역과 강화·김포 등 접경지역, 내륙지역으로 확산돼 33일간 전국 9개 시도 34개 시군에서 107건이 발생했다. 축종별로는 한우(81)가 가장 많았고 젖소(23), 육우(3) 순으로 이어졌다.
사육규모가 커질수록 발생건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가 61건(5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방역당국은 11월초 소에 대한 전두수 긴급백신접종을 실시했다. 107건중 백신접종 이후에 발생한 사례가 44건에 달했지만, 대체로 면역이 형성되는 시기로 알려진 접종 후 10일이 도래하기 이전에 발생한 경우가 24건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시기로 지목된 백신접종 후 3주가 경과된 이후로는 발생이 없었다.
중국 등 해외서 기류·선박타고 감염 흡혈곤충 유입
공항만·접경지역·기존발생지역 3대 전파 경로
국내 발생한 럼피스킨바이러스는 중국, 동남아 지역에 확산된 백신 유래 야외주인 유전형 2.5형으로 판명됐다. 주변국 분리주와 99% 이상의 높은 유전자 상동성을 보였다.
럼피스킨은 주로 모기, 흡혈파리 등 매개체에 의해 전파된다. 국내로 유입된 경로로는 기존 발생국에서 럼피스킨바이러스에 감염된 흡혈곤충이 기류나 선박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지목됐다.
해외에서 주요 매개곤충인 침파리가 바람을 타고 장거리로 이동하여 럼피스킨을 전파할 가능성(이집트→이스라엘, 400km)이 지목된 바 있고, 벼멸구 등 해충이 편서풍을 타고 중국으로부터 서해안에 유입되어 농작물 피해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임상증상을 바탕으로 국내 럼피스킨 바이러스는 최초 발생지인 서산·당진에 9월 20일 이전에 유입됐을 것을 추정됐는데, 9월 18일과 19일에 중국대륙에서 서해안으로 편서풍 기류가 형성됐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발생국으로부터의 공항만 입항 비중이 크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발생지역 34개 시군이 전파된 경로를 크게 ▲항만·해안 ▲접경지역 ▲기존 감염지역에서의 유입으로 분류했다.
서산·당진·부안·무안·창원·신안 등 항만 인접 지역은 각각의 감염추정시기와 발생지역간 역학적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항만·해안 등으로부터 유입된 감염 흡혈곤충이 농장까지 이동하는 식으로 개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포·강화·양구·연천·고성·철원 등은 타 지역과 역학적 관련성이 없어 접경지역 비무장지대가 감염원으로 지목됐다. 중국으로부터 접경지역에 유입된 감염 흡혈곤충이 직접 혹은 축산차량 매개로 농장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 남부와 충남·북 내륙, 경북 등지의 20개 시군은 기존 감염지역으로부터 럼피스킨이 확산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발생농장 간 감염축이나 감염의심축의 직접적인 이동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존 감염지역의 감염 흡혈곤충이 직접 날아가거나, 축산차량에 실려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조위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주요 항만 주변지역에 방제를 강화하고, 모기·침파리가 창궐하는 4~5월 이전에 조기 백신접종을 권고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일제 접종 이후 태어난 송아지나 접종 누락개체를 면밀히 파악하여 접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권고는 올해 발생상황과도 연관된다. 방역당국이 올해 1~14차 발생농장의 럼피스킨 양성축 118두를 조사한 결과 63두(54%)가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역조위는 소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질병 특성상 백신이 세포면역에 의해 럼피스킨 감염을 방어한다는 점을 알리고 접종을 독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