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안 가는데…’ 고병원성AI 인체감염에 수의직 기피현상 심해질까

개인보호장비 착용 외에 대책 전무...수의직 공무원 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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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5N1형 고병원성 AI 인체감염 사례. 1997년 첫 사례 이후 2024년 12월 30일까지 24개국에서 총 983명이 감염됐다. 치사율은 50% 이상이다.

올겨울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해외에서 인체감염 사례가 계속 보고되면서 고병원성AI 예찰·방역 업무를 하는 수의직공무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2월 30일(월) 충북 음성 소재 산란계 농장(4만 4천여 마리)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확인됐다.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올겨울 19번째 고병원성 AI 발생농장이 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AI 인체 감염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고병원성AI 젖소 감염 사례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12월 30일까지 16개 주 913개 우군(dairy herds)에서 감염이 확인됐고, 10개 주에서 총 66명의 사람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됐다. 이 중 40명은 젖소 농장과 관련되어 있었고, 23명은 가금 농장 및 살처분 작업과 관련된 사람이었다. 젖소→사람 전파 사례는 물론, 젖소→고양이 등 다른 축종으로 전파 사례도 보고 됐다.

특히, 최근에는 중증환자까지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월 18일 루이지애나주에서 H5N1형 AI에 감염된 중증 입원환자가 나왔다.

2024년 미국 고병원성AI 인체감염 사례

H5N1형 고병원성AI 감염 포유류 축종이 늘어나고 인체감염 사례도 계속 발생하면서, 고병원성AI가 코로나19 이후 다음 팬데믹(Pandemic)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포유류 감염이 늘어날수록 인체감염 가능성도 점차 커진다.

미국 CDC에 따르면, H5N1형 고병원성AI 인체감염 사례가 나온 국가는 1997년 중국을 시작으로 2024년 미국까지 총 24개국*이다. WHO에 보고된 2024년 인체감염 케이스는 총 81명이다(호주 1명, 캄보디아 10명, 캐나다 1명, 중국 1명, 미국 66명, 베트남 2명).

*H5N1형 고병원성AI 인체감염 사례 보고 국가 : 호주, 아제르바이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캐나다, 칠레, 중국, 지부티, 에콰도르,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이라크, 라오스, 미얀마, 네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스페인, 태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베트남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없지만, 매년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AI가 발생함에 따라 “언제 인체감염 사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고병원성AI 예찰·방역 업무를 하는 수의직공무원들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농가 방문, 살처분, 야생조류 분변 채취까지 하는 만큼, 농장 종사자보다 인체감염 위험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수의직 공무원은 “인체감염 위험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시료 채취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다”며 “시료 채취 후 집에 가면 가족들이 있다.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2023년 1년간 547,581건의 AI 샘플 검사를 했다. 가금농가, 야생조류(포획), 야생조류 분변, 살처분 시 획득한 시료도 포함되어 있다. 특별방역기간에는 매월 검사하고, AI가 발생하면 2주 단위로 검사한다. 평균 주당 검사 농장 수는 2천개에 달한다.

현재 고병원성AI를 예방할 수 있는 사람 백신은 없으며, CDC 역시 H5 후보 백신 바이러스(CVVs)를 개발했지만, 조류인플루엔자 사람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는 입장이다. 아직, 사람에서 사람으로의 고병원성AI 전파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예방을 위한 PPE(자료 CDC)

결국, 현재 고병원성AI의 인체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조심하는 수밖에는 없다.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개인보호장비(PPE)를 철저하게 착용하고, 작업 전후에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CDC는 고글, 방호모, NIOSH 기준 N95 이상 마스크, 부츠, 장갑 등 철저한 PPE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수의직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작업을 할 때 일반적인 방역복과 덧신,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고병원성AI 인체감염에 대한 부담은 수의직 공무원 기피 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도 가축방역관 기피 현상으로 수의직 공무원 미달 사태가 심각한데, 고병원성AI 인체감염 위험성이 커지면 더욱 꺼리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 수의직 공무원은 “최근 후배 수의사들이 공직을 매우 기피하고 있는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위험이 커지면 더 지원을 안 하지 않겠느냐”며 “위험에 처해 있는 수의직에 대한 보상, 복지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체감염) 실제 사례가 나온 뒤 대책을 논의하지 말고,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안 가는데…’ 고병원성AI 인체감염에 수의직 기피현상 심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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