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 약 사주는 돈을 수의사 접종 지원으로 돌려야”

구제역 백신 수의사 접종 전업농 지원 더 확대한 전남..공수의 수당·인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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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가 구제역 백신 수의사 접종 지원 범위를 더 넓혔다. 소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에만 지원하는 국비 사업에 더해 도 자체 예산을 들여 50~100두 규모의 전업농도 수의사 접종을 지원한다.

전업농 접종 지원 규모도 전년보다 더 늘었는데, 자가접종에 의존하는 전업농의 구제역 백신 접종이 미흡하다는 고민이 엿보인다.

약을 사주고 농가가 알아서 잘 자가접종하길 기대하는 대신, 약은 알아서 사되 수의사 접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은 공수의 인원과 수당도 소폭 올려 민관협력을 확대한다. 브루셀라 예찰체계가 대폭 개편됐는데, 타 지역에 비해 발생 위험이 높은 전남은 도 자체 예산을 들여 일제검사를 실시한다.

3월 7일(금) 나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전라남도수의사회 2025년 상반기 연수교육에서 이영남 전남도청 동물방역과장이 올해 방역시책을 소개했다.

이경란 전남동물위생시험소 방역관리과장이 방역사업에 적용되는 유전자 검사를, 유대성 전남대 교수가 소 브루셀라증·결핵·소바이러스설사병(BVD)의 역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영남 전남도청 동물방역과장

이영남 과장은 구제역 백신 관리에 고민을 내비쳤다. 수의사 접종을 지원하는 소규모 농가와 달리 전업농가는 일부 지역에서 백신접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소 이력제 신고를 수 개월 늦추거나, 어미소의 임신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대규모 농가가 특히 (구제역 백신기피가) 심각하다”면서 “염소도 문제인데, 개체번호가 없다 보니 접종 예외에 대한 관리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전남은 아직 구제역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업농이 부담해야 할 구제역 백신 구입비 50%도 도 예산으로 추가 지원할만큼 독려에 힘쓰고 있지만, 자가접종에 의존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 백신미흡이 드러난 농장 27곳(소14, 돼지13)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2022년(5건), 2023년(7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소 전업농에 대한 수의사 구제역 백신접종 지원도 늘리고 있다. 전업농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인 50~100두 농가부터 지원한다. 지난해 이들 농가 12만3천두를 지원한데 이어 올해는 20만4천두로 지원 규모를 더 늘렸다.

이에 대해 백남수 전남수의사회장은 “구제역을 백신으로 제대로 막으려면 반드시 수의사가 소 전두수를 접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가접종에 의존하면 백신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꺼리는 농가들이 백신구입 기록만 남기고 실제 접종은 하지 않는 방법으로 회피한다는 것이다. 전남은 그 마저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신생 송아지나 임신 등의 사유로 일제접종 시기에 예외를 둘 경우 예외 사유가 사라진 이후 면밀한 추적 접종이 필요하지만, 자가접종 농가에서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구제역 백신 예산의 활용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 예산으로 백신을 사주고 접종은 농가가 알아서 잘 하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백신은 농가가 사되 수의사의 접종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남 과장도 이 같은 고민을 내비치면서 “향후 전업농 수의사 접종지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전남의 올해 공수의는 120명으로 전년(114명) 대비 늘었다. 공수의 수당도 월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증액됐다.

구제역 백신접종 시술비와 럼피스킨 백신접종 시술비, 구제역·브루셀라·결핵 채혈비 등 공수의 연계사업의 예산을 합하면 136억원이다. 공수의 1인당 1억원이 넘는 셈이다. 여기에는 소 전업농 구제역 백신접종 지원, 브루셀라 일제검사 등 전남이 자체적으로 투입하는 예산 50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브루셀라는 올해부터 예찰 체계가 개편됐다. 전국 일괄로 실시하던 일제검사를 없애고 통계예찰과 목적예찰로 전환됐다. 다만 전남은 1세 이상 한육우 암소를 대상으로 일제검사를 별도로 추진한다. 기존 국가사업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30만두를 검사할 계획이다.

이영남 과장은 “개인적으로는 일제검사 없이는 브루셀라가 다시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브루셀라·결핵을 찾아내기 위한 채혈검사는 두 질병 방역의 핵심이다. 이날 연수교육에서 전남 당국은 예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일선 공수의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경란 과장은 지난해 전남의 소 결핵 감염농가(38호)가 전국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지목하며 결핵 감마인터페론 검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혈액 검체를 신속히 송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경란 과장은 “결핵 검사할 혈액은 24시간 이내에 시험소에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달라”면서 “검체 상태를 걸러내는 신선도 검사도 있지만, 가뜩이나 인력도 부족한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이경란 과장은 방역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소 DNA 동일성 검사를 소개했다. 동일한 소에서 여러 검체가 나왔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해당 검사는 브루셀라 부정채혈을 잡아내는데 쓰인다.

이경란 과장은 “시험소 인력이 부족한데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일선 공수의의 협조를 당부했다.

“구제역 백신, 약 사주는 돈을 수의사 접종 지원으로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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