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인데..구제역에 ASF, 고병원성 AI까지 발생
전남 구제역 확산 중인 가운데, 양주에서 ASF 발생...산란계 농장 AI 확진, 야생 삵에서는 H5형 항원 검출

정부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1종 가축전염병인 구제역, ASF(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일선 수의직공무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023년 5월 충북 청주·증평에서 발생한 후 1년 10개월 만에 발생한 구제역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3월 14일(금) 전남 영암의 한우 농장에서 확진된 이후, 어제(19일)까지 총 12건이 발생했다(영암 11건, 무안 1건). 단 6일 만에 지난 청주·증평 발생 건수(11건)를 넘어섰으며, 2016년(21건) 이후 가장 많은 발생 건수를 기록했다.
구제역 청정 지역이었던 전라남도 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한 구제역이라는 점과 첫 발생농장 주변에 우제류 농장이 1천개 이상 밀집되어 있는 점 등이 빠른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20일(오늘) 하루에만 총 5개 농장이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다(영암 4곳, 무안 1곳).
방역 당국은 현재 영암, 무안, 나주, 화순, 장흥, 강진, 해남, 목포, 함평, 신안 10개 시군을 심각단계 지역으로 지정하고 출입 통제, 임상검사, 소독, 역학조사 등 긴급방역조치를 시행 중이다. 방역 당국이 전남지역 전체 우제류(소, 염소, 돼지 등)와 전국 소·염소에 대한 일제 백신 접종을 22일까지 실시하는 만큼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10개월 만에 구제역이 재발한 지 2일 뒤, 경기도 양주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가 16일 경기도 양주시 소재 양돈농장(6,000여 마리 사육)에서 돼지 폐사 등 신고가 있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된 것.
올해 들어 사육돼지에서 3번째 발생이다(누적 52차). 국내 사육돼지 ASF는 지난해 12월 이후 양주에서만 4번 연속으로 발병했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에 살처분, 역학조사 등 초동 조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발생농장 반경 10km 이내의 농장 및 역학 관련 농장 100호에 대해 긴급 정밀검사를 벌였으며, 현재 확산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과 세종의 산란계 농장에서는 고병원성AI가 발병했고, 전남 화순의 저수지에서는 H5형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0일(목) “충남 천안과 세종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H5형 고병원성AI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발생 이후 이번 겨울 39번째* 고병원성AI 사례다.
*닭 22건(산란계 16, 토종닭 3, 육용종계 2, 산란종계 1), 오리 17건(육용 오리 15, 종오리 2)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은 8만수 규모로 3월 8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천안 농장(37차)으로부터 1.9km 떨어진 곳에 있다. 세종시 전의면 산란계 농장은 6만 5천수 규모로, 37차 천안 발생농장으로부터 6km가량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과거 봄철인 3월 이후에도 가금농장에서의 산발적 발생사례가 있었다”며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지속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모든 가금농장은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없이 방역 당국에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과거 봄철 고병원성AI 발병 사례는 2022년 3월에 1건, 2022년 4월에 1건, 2023년 3월에 2건, 4월에 4건, 2024년 5월에 1건 있었다.
전남 화순군 세량제(저수지) 인근에서는 삵 폐사체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됐다. 국내 야생포유류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6일 화순에서 발견된 삵 폐사체를 검사한 결과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고병원성AI 포유류 감염이 발생 중인 가운데, 국내 야생포유류에서 AI 항원이 검출되자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자칫 다른 포유류 감염이나 사람 감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야생포유류 전파 또는 확산 가능성 파악이 중요하다”며 “야생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AI) 예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