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VS 공장식 축산, AI 방역체계 개선 공청회에서 `AI 원인두고 소모전`

패널토론부터 방청객 질의·응답까지...AI 원인 두고 소모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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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VS 공장식축산.

농식품부 주최의 ‘AI 방역체계 개선방안 공청회’가 11일(수) 오후 2시 한국마사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중앙정부, 지자체, 학계, 생산자, 시민단체 등 AI와 관련된 각 분야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공청회는  ‘AI 방역체계 개선방안(안)’에 대한 논의·토론을 통해 개선방안을 수정·보완하여 실효성 높은 최종 개선방안을 만들기 위해 개최됐다.

공청회에서는 AI 방역관리지구 운영 방법, 살처분 보상금 지급 기준 현실화, 방역 조직 확대, 철새의 생리특성 파악 필요성, 백신 도입 여부, 겨울철 오리입식 제한(휴면기), 방역업무에 전문가 중용, 살처분 전담반 구성·운영 등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하지만 이 외에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AI 발생 원인이 철새인지, 공장식 축산 때문인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데 사용해 아쉬움이 남는다.

장형관_전북대수의대교수
패널토론에 참가한 장형관 전북대 수의대 교수

AI 발생원인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첫 번째 패널토론에서부터 시작됐다.

첫 번째 패널이었던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는 “AI 발생원인이 철새라고 하는데, 진짜 원인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며 “AI 발생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가능성을 무시하고 원인을 철새로 단정지은 채 축산정책을 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패널 발표를 진행한 손영호 가금수의사회장은 “이번이 5번째 고병원성 AI 발생인데, 과거 4차례에 비해 철새 대상 바이러스 검출 비율이 확실히 높았고,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중국과 서해안 사이를 철새가 오가며 AI 뿐 아니고 여러 질병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더 이상 근본원인(철새)에 대한 논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이석 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역시 “2010년 HPAI 발생 및 2011년 종식 이후 검역본부와 대학에서 매년 6~70만점의 예찰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H5N8 바이러스가 미검출 됐다. 이는 곧 국내에 바이러스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올해 1월 발생 이후에도 농가의 해외방문여부, 외국인 노동자 여부, 해외 축산물 수입 여부 등을 조사했는데 역학적 유이점이 없었고, 바이러스 또한 중국 동부지역 바이러스와 유사했다. 따라서 역학조사위원회에서 이번 AI는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다고 결정·발표한 것”이라며 철새가 원인 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재 가금농장을 운영하는 최광일 대표(세계농장) 또한 “철새가 원인이 맞는데, 이를 자꾸 부정하면 소모적인 싸움만 된다”며 AI 발생 원인에 대한 논쟁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가 “100번 양보해서 철새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왜 철새가 다 죽지 않느냐”며 “자꾸 발생 원인을 철새라고 하는데, 이는 현실 책임 회피”라고 말하며 다시 논쟁이 시작됐다.

조 대표는 “전문가는 국민을 이해·설득시킬 의무가 있다. 설득가능한 이유를 내놓아야 국민이 이해한다”며 “현 축산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근원적인 사실이고, 공장식축산에 의해 사육되는 가축들이 질병저항률이 낮아진다. 그리고 대규모화되고 현대화된 가축사육 시스템이 꼭 동물에게 좋은 것 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가 1차적으로 국내에 유입된 것은 철새가 원인이 맞다”며 “그 이후 2차적, 수평적으로 전파된 것은 사람, 기계, 차량 등 기계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복지축산과 관련해 “축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따라서 올해 1월 친환경축산대책을 시행한 것이고, 8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영호_가금수의사회장
(왼쪽붙)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 손영호 가금수의사회장, 문정진 한국토종닭협 부회장

AI 발생원인이 철새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은 방청객 질의·응답 시간까지 이어졌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해외 농가에서 저병원성이 고병원성으로 바뀐 경우가 있다”며 “철새를 원인으로만 얘기하지 말고 공장식 밀집사육, 케이지사육을 어떻게 해결할건지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하는데, 이번 개선방안(안)에는 그런 고민·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방청객 또한 “서산에 큰 철새도래지가 있는데, 그 근처 임실, 서천에는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과연 원인가 철새가 맞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동물복지 축산을 강조하는데, 흔히 말하는 ‘공장식축산’으로 사육하는 육계에서는 AI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AI발생과 축산시스템은 크게 연관이 없다”고 단정지었다. 또한 “동물복지, 친환경 사육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돈이 많이 들고, 소비자의 부담도 증가하기 때문에 천천히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는 다시 한 번 ” 철새는 10,000년 전부터 있었고, 과거 조상 때부터 양계사육이 있었다. 그런데 2000년 이전에는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사이에 바뀐 것은 바로 축산·사육 환경”이라며 “대규모 농장들이 공장식 축산을 지향하고, 가금 농가가 계열화돼가며 4번 입식하던 농장이 6번 입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 AI가 철새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농장내에서 발생한 것인데 중국 역시 밀집사육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는 중국에서 철새로부터 유입됐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공장식축산을 유지하면 중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속가능한 축산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대에서 철새연구를 하는 한 박사도 “고창 AI 발생 2달 전에 해남에 철새가 먼저 와있었다. 왜 그 때 발생하지 않고 2개월 뒤에 발생을 했을까. 철새가 원인이라는 데 잘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이석 부장은 “가창오리가 증상을 나타냈지만, 철새들 중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는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바이러스는 배출했으며, 철새도래지 철새 폐사체에서 발생농가로부터 분리한 H5N8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를 분리했고, 해당 철새들이 중국 저장성과 서해안을 오간 것을 확인했다. 더 이상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014춘계대한수의학회4_주이석
주이석 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데일리벳 DB)

AI 종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과 같은 피해를 다시 보지 않기 위해 AI 방역체계를 대대적으로 보완하고 나섰다.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정부·전문가·지자체·학계·시민단체·생산자 모두 하나가 되어 더 이상 이번과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철새 VS 공장식 축산, AI 방역체계 개선 공청회에서 `AI 원인두고 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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