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수의사회 자문교수단, `구제역 백신 개선·신뢰 회복 나서야`
백신 효능∙부작용 관련 과학적 검증과 결과 공유 강조..국내 바이러스로 백신 개발 필요해
전국 수의과대학 교수들이 구제역 백신의 개선 및 신뢰 회복 대책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국양돈수의사회 자문교수단(단장 박용호 서울대 수의대 교수)이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서울호텔에서 위촉식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구제역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자문교수단 외에 양돈수의사회 집행부,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관, 현장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구제역 백신과 소독, 방역 프로토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 특히 최근 효능 논란에 휩싸인 구제역 백신을 두고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정희 강원대 수의대 교수는 “농가는 물론 현장의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도 구제역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정부가 백신정책을 선택한 만큼 백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현재 사용 중인 구제역 백신의 방어능이 완벽하지는 않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백신접종이 증상출현이나 전파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백신을 접종한 돼지에서도 일부 구제역 발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상육 발생 문제로 백신 접종을 기피하던 농가들이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한 사례가 많아지자 백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현장 관계자는 “부족한 백신 항체형성률을 농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되자 신고를 기피하는 농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농가를 자꾸 숨게 만들면 모든 방역대책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우려했다.
자문교수단은 백신 중심의 방역정책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백신에 대한 신뢰회복이 기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백신효능 및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증상은 심하지 않지만 바이러스는 배출하는 잠복감염 돼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증상을 나타낸 돼지만 부분적으로 살처분한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NSP 항체를 추적함으로써, 현행 방역대책이 발생농장의 바이러스 배출을 멈춘다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백신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 검증 자료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농가와 공유해야 불신을 해소하고 방역의지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평시 양돈농가의 백신접종 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상육 발생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검증하고 해당 데이터를 농가와 학계에 공개해야 백신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신 개선 필요 지적..국내 분리 바이러스 활용한 백신개발, 이상육 줄일 자돈용 백신 등
백신 자체의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제기됐다.
자문교수단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 중인 O형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단가’ 백신 접종을 포함한 국내형 구제역 백신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희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류영수 교수 등은 국내에서 분리된 구제역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재길 양돈수의사회 전염병 특위 위원장도 백신 국산화, 이상육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자돈용 백신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역본부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O1-Manisa항원의 고역가백신으로 최근 유행 중인 구제역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 의뢰 등을 통해 O형 백신주의 추가 혹은 교체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자문교수단은 “3가 구제역 백신(O∙A∙Asia1)을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외국 연구소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선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문교수단장 박용호 전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농식품부는 방역정책에 현장의 목소리와 수의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