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S 사태에서 수의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메르스에 노출된 모든 동물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방배한강동물병원 유 경 근
최근 문제가 된 신종 전염병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
온 나라가 변형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메르스(MERS)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은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이다. 최근 몇 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놓았던 신종 전염병들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이었다.
2009년 국내에서만 75만 명이 확진을 받고 그 중 263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신종플루는 원래 멕시코에서 돼지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넘어오면서 폭발적 전염성과 심각한 증상을 보여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보다 앞서 2003년 유행한 사스(SARS :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는 중국 관동성 지방 야생동물 시장에 거래되던 사향 고양이와 너구리를 통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한 원래 조류에게만 감염되는 조류인플루엔자 중 H5N1형과 H7N9형이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 Severe Fever Thrombocytopenia Syndrome)바이러스는 가축화된 동물인 소, 양, 개가 보균자가 되어 작은소참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었다.
이밖에도 1976년 처음 알려졌다가 최근 다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에볼라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서 유래했고, 오랜 시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HIV는 수티망가베이 원숭이(Red-capped mangabey), 큰 흰코 원숭이(greater spot-nosed monkey)의 SIV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도 신종 인수공통 전염병은 끊임없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
바이러스는 철저한 기생생명체이다. 따라서 숙주 세포에 기생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들어가려면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데, 수용체는 종 마다 조직 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종 특이성과 조직 특이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른 종에 적합한 상황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새로운 변종은 해당 숙주가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중증의 병적 증상을 보이게 된다. 바이러스 중에서도 리보오즈에 안정된 수소기(H)를 가진 DNA보다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수산기(OH)를 가진 RNA를 유전물질로 가진 바이러스가 복제 과정에서 자주 에러가 발생하고 이 에러를 교정할 효소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아 자주 변이가 생긴다.
앞서 언급한 ‘이전에 문제가 되지 않다가 심각하게 문제를 일으킨 대부분의 신종 인수공통전염병’들이 모두 RNA 바이러스인 점이 바로 이런 연유다.
이에 근거해 볼 때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신종 인수공통 전염병들은 끊임없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60%가 동물에서 기원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든 전염병의 75%가 인수공통전염병이다.
MERS-CoV 낙타외 동물 감염 아직 확인된 바 없으나 안심하기 일러
MERS-CoV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이나 동물에서 이미 널리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크게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가지 형으로 나뉜다.
개의 코로나바이러스장염(CCV), 고양이의 전염성복막염(FIP), 그리고 돼지의 전염성 위장관염(TGE)는 모두 알파에 속한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인 SARS-CoV와 MERS-CoV는 모두 베타에 속한다.
정확하게 낙타가 이 질병을 옮겼는지 여부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MERS-CoV는 단봉낙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박쥐에서 MERS-CoV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가 밝혀졌지만 현재 지금까지 양, 소, 염소, 물소, 야생조류 등 다른 동물에서는 MERS-CoV 항체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표본의 크기가 작아 아직 다른 동물의 감염을 배재할 수는 없다.
특히 수용체 연구에 따르면 다른 종도 충분히 잠재적 숙주가 될 수 있음이 이미 밝혀졌다. 지속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MERS-CoV와 유사한 SARS-CoV에서는 사향고양이와 너구리는 물론이고 개, 고양이, 설치류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감염의 정황일 뿐 아직 더 조사가 필요하다.
수의사가 ONE HEALTH 관점에서 적극 나서야할 때
수의사들이 MERS-CoV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국제수역사무국)에서는 어떻게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MERS-CoV가 감염되는지 여부에 대해 다각적 조사를 하고있고 회원국들에게 이에 대한 조사를 적극적으로 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의 바람이나 의도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MERS 제 2발생국이 되었다. 이대로라면 단기간 감염에서는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려 있다.
이제 수의사가 원 헬스(One Health)의 관점에서 이 질병이 원인 규명과 향후 통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모든 수의사들은 MERS-CoV를 인의의 영역으로만 한정짓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관련 각종 학술 자료들을 소개하고 함께 토론해야 한다.
둘째, 수의사들은 적극적으로 MERS-CoV 역학조사에 참여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MERS-CoV의 사람 감염에서 동물의 역할을 아직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를 비롯한 관련 단체, 학계 그리고 임상계가 모두 협조 체제를 구축하여 현재 확진된 모든 환자들에게 노출된 동물(개, 고양이)에 대한 바이러스 및 항체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향후 MERS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할게 될지도 모른다. OIE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현재 적극적으로 관련국 관계자들이 나서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셋째, 중장기적 과제로 각종 수의사 협회는 향후 One Health에 기초한 Zoonosis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 힘써야 한다.
사실 최근 One Health란 개념이 소개되면서 많은 수의사들이 이 내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학술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One Heath에 기초한 기구가 생긴다하더라도 수의사들이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관련 단체들은 이 점을 직시하고 중장기적으로 공중보건분야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증대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교육에 적극 힘써야 할 것이다.
넷째, 동물에서 사용되는 약품은 사람의 안전에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은 물론이고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지침들이 정립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약품의 오남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식용동물 쪽에서만 이루어졌다. 하지만 세균은 바이러스와 달리 종을 쉽게 넘나든다. 최근 출현하는 많은 항생제 내성 세균들은 수의계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오남용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공중보건계는 보고 있다.
이는 산업동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 오남용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이미 미국수의사협회에서는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여 보급하고 있고 공중보건에 대해 수의사들이 의무를 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 또한 이런 부분을 하루빨리 정립할 필요가 있다.
ONE HEALTH는 공중보건에서 수의사가 제대로 그 역할을 담당할 때 본격적으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에게 늘 위기는 있어 왔지만 또 그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재의 MERS 사태를 현명하게 대처하여 향후 있을 또 다른 인수공통전염병을 체계적으로 방어하게 된다면 이 희생과 혼란이 절대 헛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수의사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