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제역 터져도 방역 전담 부서가 없다 ― 김재영 동물보호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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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방역조직 확대 및 컨트롤타워 신설 절실하다 – 김재영 대한수의사회 동물보호복지위원장

지난달 메르스 종식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해 새해부터 구제역이 터졌습니다. 전북 김제에 이어 전북 고창에서도 구제역이 확진됐습니다. 구제역 백신 접종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와중에 그동안 구제역 청정지역이었던 전라북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그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구제역은 지난 2000년 3월, 66년 만에 발생한 이후 2002년, 2010년, 2011년, 2014년, 2016년까지 점차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2011년 발생한 구제역은 6천여 농가 35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고, 3조 원에 가까운 역대 최악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인수공통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도 2000년대 이후 지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2003년 겨울 최초로 발생한 뒤 2006년, 2008년, 2010년, 2014년까지 고병원성 AI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AI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03년 이후 국내에서 5차례에 걸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해 살처분 보상금 등 6천억 원이 비용이 사용됐습니다.

이처럼 가축전염병들은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발생할 것입니다. 국가 간 교류 증가, 환경 파괴, 무분별한 개발,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면역력이 감소한 가축들… 이런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전염병 발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뿐만 아니라 사스(SARS), 에볼라 출혈열,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전염병의 대부분이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의 방역을 서로 별개로 볼 수 없습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에 의사 출신 전문가를 임명하고,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켰으며, 역학조사관도 대폭 채용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가축방역 분야는 어떠한가요? 변한 것이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사람에게 발생한 신종 전염병 중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이며 이 중 75% 이상이 야생동물에서 유래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한중FTA가 발효됐습니다. 중국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H7N9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이제 더 이상 현재 방역체계로는 늘어나는 가축전염병 발생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이후 구제역, AI가 발생할 때마다 ‘가축 방역 조직을 확대하고 방역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관련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방역을 전담하는 국이 없습니다. 한국능률협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축조직/인력이 지금의 674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283명이 필요하며, 방역전담부서가 반드시 신설되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축방역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가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가축방역업무 담당 수의사 수는 대만의 1/4, 일본의 1/5 수준에 그칩니다. 국력은 세계 10위권인데, 가축방역업무 인력은 세계 67위 수준입니다.

축산업이 농업분야 전체 생산액에 43%를 차지하는 등 국내 주요산업으로 성장하여 농림축산식품부로 명칭은 변경하였으나,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직 및 예산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10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내에는 축산정책국이 있고 그 아래 방역총괄과와 방역관리과가 있습니다. 축산정책국은 축산 산업을 발전 시키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 업무를 담당하느라 산업 발전 기능이 마비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제 방역정책국을 별도로 신설하고 방역 업무를 전담시켜 축산 산업 발전과 가축 방역 업무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동물복지를 고려한 인도적 살처분 문제입니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부족한 인력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한 방역 활동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방역 업무만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생기고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전문적인 방역 활동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진정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한 방역활동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구제역/AI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정책을 펴는 와중에도 청정지역인 전북지역에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인의 분야 방역 조직 확대와 더불어 가축 방역 조직 분야의 조직 확대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농식품부 내 방역정책국 신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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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고문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기고] 구제역 터져도 방역 전담 부서가 없다 ― 김재영 동물보호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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