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산지가격 폭등에 현장선 `AI 농가 신고지연 의심` 정황
신고 미루는게 농가엔 이득 '구제역 신고기피현상과 유사'..지연 적발 시 강력 제제 필요 지적
H5N6형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 규모가 산란계를 중심으로 2,600만여수를 넘어서면서 계란 산지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계란가격이 높아지면서 현장에서는 ‘AI 의심신고를 미룬 채 계란을 납품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된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살처분과 이동제한으로 AI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현 방역정책은 신속한 신고와 신속한 살처분이 전제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때문에 신고지연행위를 적발할 경우 강력한 불이익을 주는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열린 한국가금수의사회 토론회에서는 AI 발생농가의 살처분 속도가 도마에 올랐다. 인력확보 문제 등으로 살처분이 지연되다 보니 농가에서 폭증한 AI 바이러스가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가금농가에서 신고지연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I 감염농가의 신고지연은 사료, 알 운반차량 등 추가 수평전파에 무방비하다는 점에서 살처분 지연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한 가금수의사는 “일부 지역에서 AI 발생농가가 장기간 조금씩 확인된다는 것은 이미 해당 지역이 AI 바이러스에 심하게 오염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농가가 신고를 지연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신고지연은 농가의 금전적 이익과 결부되어 있다. 신고를 늦게 해야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농가로서 신고하면 살처분보상금의 최대치가 시가의 80%로 삭감된다. 방역이행 점검결과에 따라 더 깎일 수도 있다. AI 사태가 진정된 후 입식시험을 거쳐 다시 계란을 생산하기까지 생계도 막막하다.
반면 계란가격은 너무 좋다. 계란 산지가격은 12월 23일 기준 1,837원(특란/10개)으로 전월대비 48%, 전년 동기대비 77% 급등했다. 농장 전체에서 폭발적인 폐사가 유발되기 전까지 조금만 신고를 미루고 계란을 납품하면 이익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고지연 현상은 구제역 사태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당시에도 현장 전반에서는 “돈가는 좋은데 살처분보상금은 100%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농가가 백신 추가접종과 대증처치로 버티며 신고를 기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영호 전 가금수의사회장은 당일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악성 전염병의 항체 발견사례에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하면서 농가의 비도덕적 신고지연행위를 예방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