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은 속도전`‥신고·예찰·살처분 속도 높일 개선책 절실
정의당 AI 전문가 초청 토론회 개최..살처분보상금 제도 개편, 비상대응인력 조직화 지적
정의당이 11일 국회 본청 정의당 대표회의실에서 AI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선 수의사들과 학계, 생산자단체, 정부관계자들이 모여 AI 방역실태와 개선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이번 AI 방역실패의 핵심 패인으로 ‘속도’를 꼽았다. 살처분정책의 속도를 높일 보상금제도 개편, 예찰 강화, 비상동원인력 준비 등이 주요 개선방향으로 제시됐다.
AI 감염 찾기도, 찾은 후 처리도 늦어..확산속도 못 따라 잡았다
살처분정책은 감염농장을 빠르게 찾아내 확산위험을 제거(살처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신고부터 늦어진다. 신고가 늦어지는 동안 AI 바이러스는 차량이나 사람을 통해 전파된다.
고병원성 AI도 감염초기에는 타 질병과 확연히 구분되는 증상을 보이지 않아 농장주가 망설이기 쉽다.
AI 양성이면 시가의 20%를 무조건 삭감하는 보상금제도는 대표적인 지연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자발 신고한 양성농가는 매몰비용을 자부담하지만, 주변 농가가 먼저 신고해 예방적살처분 범위에 포함되면 그렇지 않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대형 가금농장은 매몰비용만 억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초 발생 후 주변농가나 역학관련 농가에 대한 예찰에서도 허점이 지적됐다. 방역관이 농가 상황을 직접 관찰하지 못한 채, 농장이 제공하는 닭만 검사하거나 구두로만 확인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가령 이미 AI 바이러스가 유입돼 닭 일부가 증상을 보이는 농가라 하더라도, 예찰팀의 출입을 막고 아직 건강한 닭을 검사하라고 내어준다면, 당국이 잡아낼 수 없다는 얘기다. 송치용 수의사는 “전문인력이 농장 구석구석을 살펴 의심증상을 보인 닭을 찾아내 검사해야 제대로 된 예찰이 가능하다”며 “AI 발생상황에서는 방역관의 농장내부예찰을 강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처분 속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H5N6형 AI 발생 초기 대형농장에서 AI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인력투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처분이 지연됐다. 매몰비용을 자부담하는 발생농가가 인력을 적게 쓰거나 자체 직원으로만 살처분하다보니 열흘 이상 걸리는 사례도 생겼다. 지연되는 동안 농장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한 AI 바이러스는 추가발생으로 이어졌다.
징벌적 보상제 개편해 조기 신고 유도해야..비상대응 인력조직 상시화 필요
이날 발제에 나선 송치용 수의사는 조기 신고를 유도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일단 발생한 이후에는 적극적인 예찰로 의심농가를 색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치용 수의사는 “신고농가가 불이익을 보는 현행 징벌적 보상제도는 방역실패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감염농가에 상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빨리 신고를 받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농가나 수의사에게 금전적인 이익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보상체계가 AI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며 “AI 발생위험을 농가가 적극적으로 알리기 힘든 문제가 피해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찰을 강화하고 대형농장의 살처분 속도를 높이려면 전문화된 비상대응인력을 미리 조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군마다 몇 명에 그치는 가축방역관과 방역사로는 발생 시 일일이 농장을 예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때그때 일용직 인력을 고용하여 살처분 하는 방식으로는 수십만수에 이르는 대형농장을 빠르게 살처분할 수 없다.
2천년대에는 군병력을 동원해 살처분 속도를 높였지만, 2010년 구제역 사태 이후로는 국방부가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미국은 고병원성 AI로 5천만수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 후 수의사, 테크니션, 수의대생을 포함한 상시수의예비군 제도를 만들었다”며 “평소 재난대응훈련을 이수한 후 가축전염병 발생 시 몇주간 임시계약직으로 동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신창섭 전 양돈수의사회장은 “적십자가 운영하는 긴급재난구조요원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며 “발생지역 수의사와 관련 전문가, 봉사자 등을 모은 민관합동 즉각대응팀을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식품부도 대응인력조직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4월까지 마련한 AI 방역개선대책에 비상대응인력 조직문제를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