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 미흡, 관납중심 유통` 소독 관리 근본개선 필요
관 중심 공급 탈피, 농가 선택권 높여야..`허술한 거점소독시설이 교차위험요인 전락`
AI 수평전파 차단의 핵심요소인 ‘소독’ 관리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소독제 효능문제를 따지기 앞서 미흡한 세척문화와 관납중심 유통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납 중심 소독제 유통 문제 `아예 없애자`까지..농가 선택권 강화해야
지난해 정부는 AI 및 구제역 방역용으로 허가된 소독제 220품목 중 생산중단 제품 48개를 제외한 172개 품목을 수거 검사했다. 그 결과 AI에 사용할 수 있는 163개 품목 중 26개 품목이 권장희석배수에서 소독효과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해당 품목의 판매를 중지하고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회수되지 않은 소독제는 그대로 사용됐다.
위성곤 국회의원은 지난달 22일 “H5N6형 AI 발생농장 178개소 중 31개소가 효력 미흡제품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에 따르면, 겨울철 낮은 기온에서 효력이 떨어지는 산성제 계열 제품을 활용한 발생농장도 당시까지만 151개소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의 근본원인으로 ‘관납’의 폐해를 꼬집는다.
농가 소독을 강화하기 위해 구입부담을 줄여 주는 제도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유통구조를 왜곡시키고 소독의식을 약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국회 현안보고에서 “AI 방역용 소독제가 연간 280억 가량 판매되고 있지만, 지자체 관납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는 관납제품 선정과정에 로비가 작동하거나, 지자체 물품조달과정에서 최저가제품이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농가들이 각자 상황에 맞는 소독제를 적용하기 보단 관납 공급제품에만 의존하기 쉽다.
전염병 위험이 높은 겨울철에 효과가 부족한 산성제 계열 소독제가 많이 활용되는 현상도, 산화제 계열 제품(산성제에 비해 저온에서 효능이 높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일 정의당이 주최한 AI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농가가 원하는 소독제는 대부분 비싼데, 지자체 관납선정은 저렴한 제품 위주로 흘러간다”며 “농가가 원하는 소독약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 효능 부족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 가금수의사인 송치용 원장도 “농가가 소독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쿠폰을 발급하는 형식으로 관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전문가 모두 “내부적으로는 소독제 관납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예산은 예산대로 쓰면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계협회 관계자는 “관청과 농가, 지역 수의사들이 모여 관납제품을 제대로 선정하는 곳도 많다”며 “일부 지자체가 잘못 시행한 것을 두고 ‘관납 자체를 하지 말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소독 전 세척부터 철저해야..`제대로 운영 못할 거점소독시설은 없애는게 낫다`
소독제 효능을 따지기 전에 세척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열린 한국가금수의사회 AI 토론회에서 한 수의사는 차량소독문제를 언급하며 “세척을 제대로 해야 소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분변, 흙 등 유기물 범벅인 채로 소독약을 뿌려봐야 소용없다는 것. 지난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AI 확산세가 꺾인 것을 두고서도 “전국적인 비로 축산차량과 농장들이 강제로 세척된 것이 큰 도움”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거점소독시설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거점소독시설이 세척시설이 미흡한데다 소독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치용 수의사는 “거점소독시설에서 오히려 교차오염될 위험이 크다”면서 “소독 받았다는 필증이 오히려 면죄부마냥 형식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천일 국장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며 “농장 중심으로 소독 관리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