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가축방역관 350명 채용‥미달 우려에 수의사회 협조 당부
수의직 인사지원책도 의문부호 뜨지만..충원 미달이 방역직·수의대 신설 빌미 줄까 우려
올 하반기 지자체 가축방역관의 대규모 채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채용공고가 확정 발표된 지역은 없지만, 대한수의사회는 10일 자체 파악한 지역별 충원전망을 각 지부에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많은 방역관을 확충하는 곳은 경기도로 58명을 신규 채용할 전망이다. 이어서 전남(56), 충남(44), 전북(40), 경북(38), 충북(32), 강원(31), 경남(31) 등 가축사육두수가 많은 지역이 뒤를 이었다.
반면 축산업 규모가 적은 서울(0명)과 기타 광역시들은 채용계획이 없거나, 뽑아도 5명 내외에 그친다.
정부는 고병원성 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방역이 본격화되는 10월 이전에 가축방역관 긴급충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늦어도 8, 9월에는 전국적으로 수의직 채용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별도 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시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선 지자체에 방역전담조직을 분리토록 한 행자부 지침도 호재다.
전문직위, 통합인사 등 추가 지원책 구상하지만..`글쎄`
하지만 수의계에서는 350명에 달하는 수의사가 한 번에 채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본지 6월 29일자 ‘가축방역관 증원, 수의사 반응 `시큰둥`‥수당 인상해도 지원 안 해 64%’ 참고 – 보러 가기)
1만2천명 내외로 추정되는 수의사 중 그만한 유휴인력이 남아 있지도 않을뿐더러 249명에 달하는 시군 수의직공무원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방역관계자는 “이미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 및 구제역으로 인한 격무에 자리를 떠난 시군 가축방역관이 관내에서만 수 명에 달한다”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시군 가축방역관의 면허수당을 당초 월1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축방역관 전문직위 지정이나 6급 이하 통합인사를 추진하는 등 추가적인 인사지원책도 내놨다.
전문직위에 지정되면 최고 40만원의 추가수당 확보가 가능하고, 통합인사가 실현되면 7급과 6급에 정체된 수의직공무원의 승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도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지자체 방역관계자는 “AI 진단, 병성감정 등 전문업무를 담당하는 시도 수의직과는 달리, 시군에서 전문직위를 부여한 경우를 본 적도 없고 향후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타 직렬 승진 할당량을 뺐는 셈인 통합인사조치도 불가능에 가깝다”도 꼬집었다.
불투명한 확충 전망 속 미달 시 수의대 신설·방역직렬 확대 빌미 줄까 ‘고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에서는 최대한 가축방역관 충원에 협조해야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방역현장을 외면하면 인공수정사, 수산질병관리사처럼 직역이 배제되어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겨울 4년제 수의과대학 신설, 비(非)수의사 공무원 방역직렬 신설 등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수의계 관계자는 “수의사 숫자가 부족해서 방역관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가축방역관 충원계획이 미달되면 수의과대학 신설을 원하는 대학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각 지부와 수의과대학에서는 소속회원과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수의직 공무원 채용계획을 적극 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