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I 서보라미, 라우라 비비아니
바이오 의약품 관련 전문가들이 글로벌 표준화를 위해 만든 국제 기구인 IABS (International Alliance for Biological Standardization)가 지난해 12월 방콕에서 “백신 동물실험: 대체, 감소, 개선을 위한 해결점”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제껏 동물대체시험을 다룬 컨퍼런스는 주로 아시아 이외의 국가에서 열렸다. 하지만 실제 백신개발과 사용이 활발한 아시아 국가들로의 동물대체시험법 도입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참여를 격려하기 위해 방콕을 개최지로 선정했다.
2019 IABS 컨퍼런스는 동물 및 사람 백신 분야의 동물실험에 대한 대체시험방법 반영과 그 한계점을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틀간 이어진 행사에는 백신 관련 기업과 정부기관, 국제기구, 각 국가 백신 전문가들 등이 참여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지난 5년간 백신 제품 출하 과정에서 진행되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을 규제 단계에서 정부가 도입한 사례, 이러한 동물실험대체법 개발에 참여한 사례 등이 소개됐다.
특히 개발도상국가를 중심으로 백신 제조사와 정부가 함께 비동물(non-animal) 방법을 기반으로 하는 시험 전략을 계획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가 이루어졌다.
컨퍼런스 외에도 주제별 워크샵이 진행됐다. 워크샵에서는 동물대체시험법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비롯해 검증(validation), 시험법 실행(implementation), 도입 (acceptance), 이미 백신 대체시험법을 도입한 또는 도입하지 않은 국가들 간의 시험규정 조화(harmonization)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도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동물대체시험법이 활발히 도입되기 위해서는 백신 제품과 시험 전략을 구성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조사와 규제기관 사이에 충분한 소통과 기대치에 대한 의견 교환, 적극적인 데이터 공유가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개발도상국가에서 참여한 참석자들은 충분한 정보 공유, 트레이닝, 대체시험법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학적 증거 제시, 기업이 참여하는 사례 발굴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EU Joint Research Centre)는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이하 HSI), 동물실험 대체 접근을 위한 유럽연합 파트너쉽(European Partnership for Alternative Approaches to animal testing, EPAA)과 함께 현재 이루어지는 동물실험인 이상독성부정시험, 대상동물배치안전시험, 실험동물배치안전시험의 중단 현황을 발표했다.
이 3가지 시험법은 1900년대에 만들어진 동물실험 방법으로 실제로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에 과학적으로 전혀 기여하는 부분이 없다.
1990년대 들어 이들 시험의 한계점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러한 동물실험을 중단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대신 제품 생산과정에서 최첨단 In vitro 분석 시험법 사용과 철저한 원재료 관리, GMP 고도화, 출시 후 부작용 모니터링 등에 품질관리의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결국 유럽연합에서는 이 시험법 적용을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이 세가지 동물실험 방법을 중단하거나 면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 참석자들도 글로벌 단계에서 이상독성부정시험, 대상동물배치안전시험, 실험동물배치 안전시험법 중단을 하기 위한 노력에 공감했다.
<백신을 포함한 생물학적제제는 출하에 앞서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제조단위별(로트)로 자체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규제당국이 해당 시험 및 관련 서류를 검토해 판매를 승인하는 ‘국가출하승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이상독성부정시험, 대상동물배치안전시험, 실험동물배치안전시험은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동물실험이다. 투약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오염물질이 생산과정에서 혼입됐을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다.
‘이상독성부정시험’은 사람용 백신을 출하에 앞서 마우스, 기니픽 등 실험동물에 투약한 후 독성반응 여부를 살피는 동물실험이다. 동물용 백신의 경우 같은 실험을 ‘실험동물배치안전시험’으로서 실시하는 한편, 해당 백신제품의 대상동물에 투약해 안전성을 시험하는 ‘대상동물배치안전시험’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0월 ‘국가출하승인의약품 지정, 승인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이상독성부정시험을 검정 항목에서 삭제했다.
동물용의약품 국가출하승인검정 기준에는 여전히 실험동물 및 대상동물 안전시험이 요구되고 있지만, 10회 이상 연속으로 출하승인을 받은 경우 검정을 면제하는 등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편집자주>
국내에서는 작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실험동물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적 규제로 인해 이루어지는 시험항목 중 품질관리를 위한 실험동물 사용이 48.6%, 688,608마리로 제일 많았다.
이 품질관리 항목은 백신 출하를 위해 이루어지는 제품 안전성과 효능성 시험, 발열성시험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요구되는 동물실험 중에는 면제 또는 대체될 수 있는 시험법들이 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도 선례가 있다. 동물실험 면제 또는 대체 시험 항목이 국내에도 반영된다면, 기업에서도 안전성과 품질은 높게 유지하면서 실험에 들어가는 비용과 백신이 출하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줄일 수 있게 된다.
HSI는 이번 IABS 컨퍼런스의 과학위원회 일원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프로그램 구성까지 참여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글로벌 백신 시험규정 조화’를 위한 심포지움도 개최한 바 있다.
한국은 백신 연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게 여겨지고 있는 나라다.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백신 분야의 동물실험 대체 논의에도 주요 당사국으로서 함께 하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 국내 기업, 기관, 연구소 등 동물 및 사람 백신에 대한 동물실험 3R 논의에 관심있는 분은 HSI 서보라미 국장(bseo@hsi.org)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