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시대 동물실험 찬성과 반대, 그 사이에 있는 행동풍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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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평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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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이슈가 있다.

효능을 알아보려면 기본적으로 질환동물모델이 필요하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전에 실험동물을 활용하여 평가해야 한다.

물론 실험동물을 활용한 연구를 줄이기 위하여 세포 및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연구, AI를 이용한 예측 연구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일부는 실제로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과 지식으로는 아직까지는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험동물을 활용한 연구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1959년 과학자인 러셀과 버치는 ‘인도적인 실험동물기술에 관한 원칙’이라는 책을 통해 3R(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 원칙을 제안했다.

동물실험을 피할 수 있는 (Replacemnt, 대체) 방법을 연구하고,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동물을 사용하고(Reduction, 감소), 실험과정 중에 동물에게 발생할 수 있는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3R 원칙’은 현재 동물실험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기본윤리이며, 동물복지의 시발점이다.

국내에서 동물복지는 선거, 국정감사 등 정치적 이슈나 사회고발 프로그램에서의 보도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맞물려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계획, 연구가 필요한 분야 이다.

또한 동물을 활용한 연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근원적인 질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현재 수행되고 있는 동물실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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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시설의 행동풍부화
(사진 : NC3Rs)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행동풍부화(Enrichment) 프로그램과 같은 새로운 연구나 노력들이 수행되고 있다.

야생과 다른 곳에서 본능적으로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동물들에게 각  동물들의 행동과 습성에 따른 맞춤형 동물복지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치류에게는 깔집이나 나무조각 등을 통해 이갈기 및 둥지 만들기, 주변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코로 땅을 파는 습성(rooting)이 있는 돼지에게는 코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나 깔짚 등을 제공하면 좋다.

특히 영장류와 같이 지능이 높은 동물일수록 이런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정확한 실험결과를 위해 보다 세분화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환경풍부화, 도구풍부화, 영양풍부화, 사회적풍부화, 트레이닝 풍부화 등)을 마련해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동물의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며, 실험자와 동물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한다. 실험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면 보다 정확한 과학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주목한 행동풍부화 연구가 다양하게 수행되고 있다.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 있다.

가령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려주었는데 해당 소리가 동물에게 어떤 형태로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소리를 통한 복지프로그램은 동물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동물에게 복지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각 동물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과 인력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만 추구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향후 개선을 위한 연구 진행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제실험동물인증협회(AAALAC)도 각 동물시설을 점검할 때 행동풍부화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동물실험시 각 실험동물들의 자연적인 습성(Natural behavior)에 맞춰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들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별도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요청하여 그에 필요한 비용까지 지불하고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런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국내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에 대한 동물복지 수준도 개선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일부 시설에서는 동물복지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특히, 과거에는 동물실험을 특별한 제재없이 진행했었으나 현재는 동물실험을 수행하기 전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통해서 실험계획을 점검한 후 수행하도록 변화했다.

또한, 동물실험을 승인한 후에도 실험이 계획된대로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PAM(승인 후 점검; Post Approval Monitoring)과 같은 절차들에 대한 필요성에 연구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정확한 실험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동물의 신체적 건강 외에도 정신적 건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자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험동물시설의 행동풍부화
(사진 : NC3Rs)

모두가 아는 것처럼,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런 뒷받침이 없다면 결국에는 일시적인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뒷받침된다면 동물복지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연구자들은 정부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연구계획과 예산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이 때 동물실험이 들어있는 과제는 필수적으로 동물복지 비용을 배정해야 된다는 기준이 있다면 국내 동물복지의 수준은 지금보다는 더 쉽게 개선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실험동물 외에 동물실험에 관련된 종사자들에 대한 심리상담 및 고충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숙련된 실험동물 관리 기술 습득 및 기술 선진화를 위한 장기적 투자 계획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복지를 생각할 때 동물에만 관심을 가지는데, 이 부분 또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동물시설·실험동물·종사자의 3요소가 조화를 이룬다면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현재의 동물복지 프로그램의 장점은 강화시키고 문제점을 재확인하며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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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국내 제조업의 뿌리가 되는 소부장(소재, 부품, 제조)산업 관련해 한참 이슈가 되었는데, 과학계에서는 실험동물이 대표적인 소부장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은 막대한 영장류 자원과 정부차원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의생명/과학계에서 세계 선두그룹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연구에 필수적인 영장류 실험동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여 전세계에서 영장류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실험이 의약품 개발에 꼭 필수적인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안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최고의 선택이다.

최고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기고] 코로나19시대 동물실험 찬성과 반대, 그 사이에 있는 행동풍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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