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샌디에고 동물원 방문기 ― 정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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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같은 주중 휴가, 먹구름이 간간히 보이는 그리 좋지만은 않은 날이다. 연중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는 샌디에고이지만, 이런 날에 또 다른 동물들의 매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샌디에고 동물원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샌디에고 동물원(http://zoo.sandiegozoo.org)은 1915년 파나마-샌디에고 엑스포 때 동물 전시를 계기로 1921년부터 상설 전시를 시작했다고 한다.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세계 동물 종족 보존이라는 큰 미션을 가지고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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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동물원은 주중이라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었지만, 주말이라면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입구에서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Skifari 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동물원 끝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다. 당일권이나 연간 이용권을 구입하면 Skifari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어서 걷는 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대체적으로 입구에서 먼 서쪽편이 고지대라고 할 수 있는데, 북쪽편으로 걸어내려오면 내리막이지만 남쪽편은 계곡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구조라서 큰 차이는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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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fari에서 내려서 오른편으로 걸어 내려오면 샌디에고 동물원에서 인기가 좋은 북극곰을 만날 수 있다. 북극을 테마로 입구부터 꾸며 놓은 곳이다. 이곳의 특징은 물을 담은 곳 일부를 유리창으로 구성해서 마치 수족관처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운 날 방문하면 북금곰들이 밖에 잘 안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오늘처럼 좀 쌀쌀한 날은 관중들을 위해 공놀이 퍼포먼스를 한껏 보여준다. 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드러난 이빨을 보면 맹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공에도 자세히 보면 이빨 자국이 군데 군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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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높은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대왕 판다일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전세계 동물원 중 단 4곳만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관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쇠우리 대신 유리창을 설치해서 관람을 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는 판다가 기분이 좋지 않은지 뒤쪽에 숨어서 나오지를 않던데, 오늘은 계속 돌아다닌다. 그러나, 구석진 곳을 이용해 움직여서 사진찍기는 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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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판다와 달리 아기는 가만히 앉아서 대나무를 뜯어먹는다. 그 덕분에 귀여운 모습을 한동안 관람할 수 있었다.

이럴 때 보면 마냥 초식 동물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대나무를 계속해서 먹고 있었는데, 판다가 하루에 9-14kg의 대나무를 먹는다고 한다. 원래 초식동물이 아니라서, 육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판다가 어쩌다가 대나무를 먹고 살게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 어느 날 갑가지 베지테리안을 넘어선 베간이 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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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에게서 풍기는 느낌이 남다르다. 벽도 흙을 사용해서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의 설계도 보면 상당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드러난다. 이 멧돼지 서식처는 지나가는 길에서 보면 상당히 거리가 있고, 벽도 쇠사슬이나 유리가 아니라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 곳을 돌아서 올라가는 무빙워크가 있어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사람과 동물간의 거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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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코끼리 사육장이지만,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규모도 웬만한 동물원에서 볼 수 없을 만큼 크다. 동물원의 1/5 정도의 꽤 큰 공간을 할당했다. 역시 덩치가 큰 만큼 더 넓은 공간을 배려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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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도 샌디에고 동물원의 명물 중 하나이다.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식성 탓에 쉽게 사육하기 힘들지만 코알라 사육장도 자연환경을 서식지와 비슷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유칼립투스 나무 재배가 어려운 탓인지 나무 자체를 재배하지 않는 대신에 잎과 줄기를 뜯어서 계속해서 꽂아주고 비록 인공 나뭇가지를 만들어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자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고향처럼 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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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옆의 오랑우탄 사육장으로 향했다. 새끼 오랑우탄이 엄마에게 꽉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무와 덩굴을 잘 타는 오랑우탄을 위해서 로프를 이용해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어미가 상당히 격하게 움직이는데도, 새끼는 아주 안정적으로 잘 매달려 있다. 어릴적부터 이렇게 훈련을 받기에 나무를 잘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샌디에고 방문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동물원도 한번쯤은 방문할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멸종 위기의 동물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평소에 보기 힘든 다양한 동물들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샌디에고 동물원을 다 둘러보는데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모든 동물을 볼 수가 없다면 대왕 판다, 북극곰, 코알라, 오랑우탄은 꼭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편집자주) 미국에 거주 중인 기고자는 반려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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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샌디에고 동물원 방문기 ― 정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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