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염소수의사회(KASRV, Korean Association of Small Ruminant Veterinarians)가 10월 27일(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창립 총회에는 염소수의사회 발기인으로 참여한 대한수의사회 염소질병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업계·학계의 수의사 30여명이 참석했다.
염소를 진료하는 수의사의 양성, 염소질병에 대한 방역·연구가 주요 과제다.
지난해 5월 청주·증평에서 발병한 구제역 발생농가 중 한 곳은 염소농장이었다. 염소농장이 주요 가축전염병 방역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상기시켰다.
염소 산업 자체도 성장세다. 사육두수는 늘고 농가수는 줄며 규모가 커지는 전업화가 진행 중이다. 개식용 종식과 맞물려 식용으로 개를 키우던 농장이 염소로 전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개식용 종식으로 염소농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염소에는 소의 질병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문제도 많다. 이제는 수의사가 본격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염소 질병 문제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염소 질병 방역의 주무부서인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김정주 과장은 “염소와 연관된 인수공통감염병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시의적절한 염소수의사회 창립을 환영한다. 정부와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소의 결핵, 브루셀라에 대한 관리사업을 시범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수의대 교수진과 케어사이드 등 업계, 일선 수의사들이 함께 했다. 초대회장으로는 염소질병특위를 이끈 조호성 전북대 교수를, 감사로는 케어사이드 이오형 연구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조호성 회장은 “산학연이 함께 모인 염소수의사회를 기반으로 추후 ‘염소임상수의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염소수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애초에 염소농장에 가본 수의사 자체가 드물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염소산업은 앞으로 발전할 텐데 수의사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단순한 폐렴이어도 항생제를 처방해줄 수의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염소용으로 나온 동물약품도 드물다. 굳이 찾자면 구제역 백신 정도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인 정인성 FAVA 2024 조직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염소를 키우는데 저도 수의사지만 아픈 염소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면서 “제가 아는 전문가분들께 물어봐도 염소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었다. 염소수의사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네트워크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창립총회 현장을 찾은 조동근 씨는 전남 곡성군에서 염소 1천마리를 키우고 있다. 조 씨는 “가축이 산업화되려면 동물약품이 꼭 필요한데 염소용 의약품은 하나도 없다. 지역의 수의사분께 여쭤봐도 잘 아시는 분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조 씨는 “염소업계에서는 정말 수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염소수의사회 창립을 환영했다.
총회 현장을 찾은 한 소 임상수의사는 “최근 들어 가끔씩 염소농가에서 진료요청이 온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수의사도 염소농가도 서로 잘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염소수의사회 창립의 주축이 된 염소질병특위는 올해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과 함께 국내 염소농가 실태조사 사업을 벌였다. 염소농장의 질병관리와 염소 축산물 안전성 확보, 염소수의사 양성 및 염소농가 교육을 염소수의사회의 사명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