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군대체복무 제도인 공중방역수의사에 대한 미달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고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공중방역수의사의 실태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국회입법조사처 학술지 ‘입법과 정책’에 최근 게재됐다. 입법과 정책은 한국연구재단에 정식 등재된 학술지다.
공중방역수의사 제도에 대한 국회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31일에 발간된 입법과 정책 제16권 제2호에 실린 ‘2019 공중방역수의사 제도 실태조사 연구’는 2019년 당시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 중이던 김우찬 수의사(전북대 수의대 박사과정)가 제1저자로 연구한 논문이다.
2019년 11월 기준 복무 중인 전국 공중방역수의사 497명 중 188명(유효응답자)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근무기관별 공중방역수의사 배치 인원 ▲담당하는 업무와 업무 수행 타당성 ▲근무 환경 ▲후생복지 ▲군 대체복무제도로서의 만족도 ▲제도 개선 항목별 필요성 ▲수의직공무원 근무 의향 등을 분석했다.
공방수 전수를 대상으로 최초로 실시된 연구자료로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공방수 복무 이후 수의직공무원 근무 의향 부정적으로 바뀌어
만족도 가장 떨어지는 배치지는 ‘시군구’
가축방역관 충원 이후 “수의직공무원 임용 직급 상향 가장 필요”
연구에 따르면, 공방수로 복무 전보다 복무 이후 공중방역수의사들의 ‘수의직공무원으로 일할 의향’이 대폭 감소했다.
복무 이전 수의직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었던 의향은 2.60점이었으나, 복무 이후 의향 정도는 1.69점으로 크게 감소했다(리커트 5점 척도).
근무기관별로는 검역본부 방역센터(3.06→1.61), 검역본부 사무소 등(2.65→1.71), 시도 동물위생시험소(2.58→1.81), 시군구 축산과(2.56→1.56) 모두 전반적으로 점수가 크게 감소했으며, 보건환경연구원의 경우 오히려 증가했다(1.50→3.25).
이러한 경향은 ‘대체복무로서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시군구 및 검역본부 근무자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
*대체복무제도로서의 공중방역수의사 제도 만족도 : 전체 3.26점(보건환경연구원 3.75, 시험소 3.51, 검역본부 사무소 등 3.35, 검역본부 방역센터 3.17, 시군구 축산과 3.08).
공방수 복무 후 수의직 공무원으로 일할 의향이 없는 이유는 근무 환경(41.2%), 업무 성취감(28.4%), 급여 수준(18.2%), 근무 안정성(8.1%), 후생복지(4.1%) 순이었다.
공방수가 담당 법 이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비율은 시군구가 가장 높았다. 수의직공무원 미달 현상이 심각한 곳일수록 공방수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중방역수의사는 『공중방역수의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축방역업무에 종사하는데, 여기서 가축방역업무는 『가축전염병예방법』 및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규정에 따라 행하는 가축방역·동물검역·축산물위생관리업무를 뜻한다.
2019년 당시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이외 법을 담당했던 공방수는 39.4%였는데, 시군구 축산과의 경우 68.9%였다. 시도 동물위생시험소(10.2%)나 보건환경연구원(25.0%)은 평균 이하였다.
열악한 환경으로 수의직공무원이 꺼리는 자리(시군구)일수록, 공방수에게 ‘담당 법 이외의 업무’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담당 법 이외의 업무를 한 공방수의 63%는 “인력 수급상 조금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가축방역관(수의직공무원) 부족으로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등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공방수가 같은 팀원으로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가축방역관 충원 문제를 해결한다면 해당 문제(공방수의 이외 법 담당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축방역관(수의직공무원) 충원을 위해서는 “임용 직급을 7급에서 6급으로 상향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19년 당시에는 지자체에서 수의직공무원을 6급으로 채용하는 일이 없었으나, 올해 들어 강원도와 전라남도가 신규 수의직공무원을 6급으로 공고하는 등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반면, 연구 당시 충원에 문제가 없었던 공중방역수의사의 경우, ‘일반 현역병에 비해 2배 긴 복무기간(3년)’과 ‘병봉급 인상의 여파’ 등으로 2년 연속 미달 사태가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2019년 당시 복무 중인 공방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2024년 지금과 당시 복무 환경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실제로 2019년 이후 공방수 방역활동장려금과 수의사 공무원 특수업무수당이 인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역병 복무제도 역시 복무기간 단축과 급여 인상이 이뤄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고, 수의사 공무원 특수업무수당이 인상되었음에도 수의직 공무원 채용에 미달이 예상된다”며 “추가적인 개선이 없다면 가축전염병 방역의 공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가 진행된 이후 공방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다”며 “추후 공방수와 수의직공무원에 대한 인식과 처우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