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 사진)이 다음 감염병 팬데믹 대비를 위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2006년에 처음 마련된 이후 2011년, 2018년에 이어 이번에 6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질병관리청은 “세계보건기구가 다음 팬데믹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유력하게 지목하며, 국가 계획으로 준비해야 할 중점과제로 권고한 사항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증이 지속 보고되는 등 위험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을철 철새 유입 등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현재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은 물론, 다양한 포유류에 감염되면서 코로나19 이후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질병으로 꼽히고 있다. 사실상 매년 겨울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는 우리나라도 인체감염 위험성이 커진 상황이다.
ECDC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24개국에서 총 907건의 H5N1형 고병원성AI 인체감염 사례가 있었으며, 올해는 젖소로부터 사람으로의 감염 사례(미국)도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의 예측에 따르면, 방역 개입이 없는 경우, 신·변종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면 300일 내 인구 대비 최대 약 40%가 감염되고 정점까지 110여 일이 소요된다. 만약, 적절한 반영 조치를 하면 정점일에 발생하는 최대 환자 수를 35%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유행 정점기를 110일에서 190일로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전면 개정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은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전(前) 중점 대비 과제로 ▲감시체계 ▲자원 확보 ▲백신 전략 ▲원헬스 통합관리체계 구축 4가지를 담았으며, 유행 발생 시 시기별(초기-확산기-회복기) 대응 전략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300개소에서 1,000개소로 확대하고, 병원체 유전자 분석을 위한 실험실 감시도 180개소에서 200개소로 확대한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를 확인하기 위한 의료기관과 공공검사기관 간 연계도 강화한다.
신속 진단을 위해 원스텝 검사법을 새로 개발해 72시간의 소요 시간을 12시간 내로 줄인다. 감염병 병상도 1,100여 개에서 3,500여 개로 확대한다.
백신 개발 속도도 높인다. 대유행 발생 시 100일 또는 200일 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유행 예측 항원형에 대한 백신 또는 프로토타입을 사전에 개발하여 유행 시 이를 활용한 신속 개발(100일)하거나, 사전 개발된 항원형과 다른 균주 유행 시 균주 도입 단계부터 시작하여 새롭게 개발(200일)한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조류인플루엔자인 H5N1 백신은 국내 개발되어 있어 이것의 하위 아형으로 대유행이 발생하는 경우 균주변경 절차를 거쳐 90일 만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원헬스 통합관리도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는 동물과 사람이 모두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닭, 오리 등 조류에서의 인플루엔자가 소, 돼지 등 포유류로 전파되고, 종간 장벽을 넘어서 사람에게 감염된 후 사람 간 전파되는 경우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동물과 환경을 포함한 감염전파사슬 전 과정에 대한 원헬스 감시와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로 감시 대상도 확장한다.
질병관리청은 “동물인플루엔자 감시는 가금류와 야생 조류 중심의 현 체계를 포유류와 반려동물로 확장한다”며 “사람·동물 유래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서식 환경과 철새 이동 등 정보를 연계 분석함으로써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여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 대유행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필수서비스를 포함하여 교육·산업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