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신사경(VIP동물한방 재활의학센터 by Dr.신사경) 원장은 세계적인 한방수의학 교육 기관 CHI University의 한국지사장으로서 CVA(동물 침 치료 인증교육 과정) 강의를 진행하며 국내 한방수의사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벳스토리의 8번째 주인공 신사경 수의사(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한방수의학 분야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충남대 수의대를 졸업한 1995년 3월 곧장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오비히로대학 수의방사선학 교실로 유학을 갔죠. 일본의 수의과대학은 이미 6년제였지만, 한국은 아직 4년제였던 시절이죠. 저는 현지 5,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어요.
‘고양이 스트루바이트 결석에 사포닌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연구도 했고, 말에 대한 연구도 했어요. 기후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했지만,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결혼 직후에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다가 2002년에 다시 임상을 시작했어요. 서른이 넘었지만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똑똑한 젊은 후배들을 보면서 주부였던 내가 차별화할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미국 수의사가 되기 위해 2007년에 충남대 수의대 외과 석사 과정으로 다시 입학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만난 환자들이 수술이 잘못되어서 오는 것을 보면서 ‘최고가 아니라면 침습적인 수술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방황했죠.
그 때 우연히 전통수의학회에서 지금은 서울대에 계신 김민수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아, 바로 이거구나!’하는 호기심을 갖게 됐습니다.
Q. 그 때가 전환점이었군요
김민수 교수님께서 미국에서 전통수의학을 강의했다는 chi institute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거기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반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죠. 석사과정을 마친 후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chi institute에서 한방수의학 전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김민수 교수님의 도움으로 chi institute의 설립자인 플로리다대학교 Xie 교수님과 함께 ‘노령 견의 삶의 질과 관련된 한방치료’ 연구를 하면서 플로리다대학교 수의대 동물병원에 1년간 visiting practitioner로 활동했습니다.
덕분에 한방수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Xie 교수님의 진료를 참관할 수 있었고, CVA 자격증을 획득한 이후에는 교수님의 지도 하에 침 치료도 진행해볼 수 있었습니다.
Q. 그 두 분이 한방재활수의사로의 길을 열어준 분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방사선, 내과, 외과를 공부했지만 그 모든 과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방황했던 제게 전통수의학을 알게 해주셨던 분이 김민수 교수님입니다.
플로리다대학 동물병원에서 직접 가르침을 주셨던 Xie 교수님의 믿음도 저를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제게 “한국에 돌아가면 동물 한방의 역사가 될 것”이라며 용기를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뭐든 응원해주시고 매년 학회에서 만나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한방재활수의사로서 일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방사선을, 한국에서는 내과·외과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하고 싶은 과가 없어 방황하던 중 알게 된 한방수의학이 제 길임을 바로 알게 됐습니다.
환자들이 아픈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잘 못 보는데, 한방재활과는 웃으면서 치료에 임할 수 있어요. 하루하루가 행복하죠. 응급한 진료를 보는 과도 아니고, 정확한 진단 후에 치료에 임한다면 침이나 재활 치료 후 나빠질 수는 없거든요. 이 길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한방재활 분야를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말을 기준으로 보면 동물은 173개의 혈 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서는 한의학이 5천년 이상 발전해왔고, 한방수의학은 말을 중심으로 1,500~2,000년 전부터 연구·전파됐습니다.
동물의 근골격계 질환에는 전침이 큰 도움이 되고요, 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한약 또한 2~3백가지가 됩니다.
미국 수의사들은 우리나라보다 한방수의학에 더 관심 많습니다. 종양 환자에서 항암치료 전후로 한약을 쓰거나, 정형외과 수술의 통증 완화를 위해 전침을 사용하는 등 굉장히 활발하게 활용됩니다. 이젠 우리나라도 한방수의학, 재활의학에 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방수의학은 점점 발전할 겁니다. 제게도 18살이 넘은 노령동물이 많이 찾아오는데요, 노령화가 심해질수록 한방수의학을 통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집니다.
단, 한방수의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어요. 양·한방이 같이 가야 합니다.
Q.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진료하나요?
침과 한약 같은 한의학이 주된 치료가 됩니다. 그리고 환자 체질에 맞는 음식을 통해 치료하거나 혈 자리를 자극하는 추나 마사지도 합니다. 재생의학도 함께 활용하는데요, 혈 자리에 줄기세포를 주사하거나, 관절 주사 등을 실시합니다.
물리치료는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입니다. 체외충격파, 치료적 초음파나 레이저, TENS 치료 등 방법은 다양하죠. 통증이 어느정도 완화된 후에는 근력을 키우기 위한 기구 운동이나 물을 이용한 수중 러닝 운동, 마사지 치료 또한 가능합니다.
Q. VIP동물한방 재활의학센터 by Dr. 신사경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2018년 VIP한방재활센터로 시작해서 2021년 4월에 VIP동물한방 재활의학센터 by Dr.신사경을 청담점에 오픈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CVA(Certified Veterinary Acupunctucre)와 CCRT(Certified Canine Rehabilitation Therapist) 즉 한방 및 재활 자격증을 획득한 3명의 수의사와 1명의 수련의, 9명의 재활전문 테크니션까지 총 13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한방&재활 치료만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방사선 진단장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방학적 진단을 기본으로 한방학적 진단을 추가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치료 후기 글을 보고 직접 찾아오시는 경우도 있고, 다른 병원의 수의사나 보호자님의 추천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Q. 한방·재활에 전문성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국에 있는 기관인 IVAS, Chi University에서 한방수의학을 배울 수 있습니다. 5단계의 수업을 이수하고, 200문제의 필기시험, 20문제의 실시 시험, 30시간 인턴십, 치료 케이스 리포트 작성 등을 거쳐 CVA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재활의학과 관련한 자격증으로는 CCRT와 CCRP가 있습니다. 수의사는 물론 테크니션이나 물리치료사 분들도 같이 듣는 수업이죠. 수의사들만 등록할 수 있는 CCRV 수업도 있습니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반려동물의 한방·재활치료도 이젠 외과나 내과처럼 하나의 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수술 후 합병증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장기간 내과적 치료를 하면서 노쇠해가는 환자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드신 분들, 그래서 비침습적 치료가 적성에 맞는 후배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한방·재활치료를 진행하다 마비 환자가 결국 걷지 못하게 되더라도 휠체어를 이용해서 산책하기 등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드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치료할 때 우울하기보다는 웃음이 가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아픔에 너무 가슴이 아파서 지켜보기 어려운 후배 여러분!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Q. 벳스토리 공통 질문입니다. 본인의 히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해주세요!
‘萬事如意(만사여의), 모든 일은 좋게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내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쁜 결과를 낸다. 즉 모든 일은 생각한데로 이루어진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진단명이 같은 환자라 하더라도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생활하는 가족의 삶의 질이 높고 예후도 훨씬 좋은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학생분들도 저처럼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는 분야를 꼭 찾길 바랍니다.
김민규 기자 mingyu040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