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27] 수의미생물학 기초를 닦은 `마점술` 수의사
한국수의인물사전 27. 마점술(馬点述, 1929~2014). 농림부 가축위생시험소 연구사, 일본 아자부 수의과대학 대학원 박사, 서울대 수의대 교수, 대한바이러스학회 부회장
본관은 장흥(長興)이며, 1929년 4월 21일 경상남도 거창군 남상면 임불리 561에서 출생하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워서 천자문을 다 뗄 정도로 총명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성적이 우수하여 교내 모범생으로 경상남도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거창농림학교를 졸업하고 조혼하였지만, 청운의 꿈을 품고 홀몸으로 상경하여 자취 생활을 하면서 어렵게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1952. 4.~1956. 3.).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농림부 가축위생연구소에 기원(서기)으로 입소하여 연구사로 승급하기 전까지 6년간 줄곧 병독과에서 근무하였다. 당시 가축위생연구소는 부산시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초라한 목조 건물이었으나, 연구 여건은 대학보다 몇 배나 나았다. 1962년 9월 진주농과대학 수의학과 조교로 발령받아 수의미생물학을 강의하였다.
당시 교수 정원 문제 때문에 온당한 직급으로 발령받지 못하고 있다가 8개월 후에 전임강사를 거치지 않고 조교수(1963. 6.)가 됐고, 1969년 11월에 교수 발령(대통령)을 받았다. 진주농과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 동기는 연구소 생활을 함께했던 선임자인 인초 형성해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생물학을 담당할 수 있는 교수가 경남에서는 유일하게 수의학과에만 있었기 때문에 농가정학과, 진주간호전문대학, 경남간호전문대학에도 출강하여 미생물과 전염병을 강의하였다.
수의학과에서는 세균학과 병독학(바이러스)을 강의하였는데, 교재가 없어서 일본 책 번역물에 근거한 내용을 거의 흑판 필기로 강의하였다. 그때 진주농과대학 수의학과에서는 다른 대학 수의학과보다 먼저 5개의 교실제로 운영되었는데, 수의미생물학 교실은 세균, 바이러스, 전염병, 가축위생을 담당하여 형성해 교수, 마점술 조교수, 강호조 조교가 한 교실에서 근무하였다. 아울러 수의생리학교실(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수의병리학교실(병리학, 기생충학, 조직학), 수의해부학교실(해부학), 수의임상학교실(내과, 진단, 외과, 산과)도 운영되었으나, 얼마 후 실험실 연구가 진행되면서 담당 교수별 각방 체제로 전환되었다.
재직 중 일본 아자부[麻布] 수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일본뇌염에 관한 역학적 연구로 수의학 박사 학위(1970. 3.)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경남에서는 박사 학위 취득자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박사 학위만 받아도 경상남도 문화상(자연과학 부문)을 수상했다(1971. 12.).
1972년 4월부터 1년간 일본 국립공중위생원에서 학술 연구를 하여 수료 인증서를 받았다. 1972년 전국 수의학과 통폐합 조치에 따라 수의학과가 폐과되면서 교육부에 대치 학과로 신청한 낙농학과, 식품가공학과, 식품영양학과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해당 학과 관련 교수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일부 수의학과 교수만 신설학과로 발령을 받았다.
이후 이런저런 논란 끝에 문교부의 정원 배정에 따라 4학년 임상 담당 교수를 제외한 2, 3학년 강의가 끝난 교수들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3명), 경북대학교 수의학과(5명), 전남대학교 수의학과(1명)로 전보 발령을 받아 뿔뿔이 흩어지는 불운을 맞게 되었다.
그는 1977년 5월 모교인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로 전보되어 18년간 수의미생물학 강좌를 담당하였다. 재직 중 대한바이러스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1995년 2월 정년퇴임하였다.
퇴임하고 나서 1년 후 젊은 교수 시절 정들었던 진주로 이주하여 한동안 형성해와 낚시를 즐겼고, 때로는 농과대학 옛 동료들과 함께 바둑으로 소일하면서 여생을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작스러운 병고로 2014년 6월 2일 86세에 타계하였다. 글쓴이_강호조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회장 김옥경)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