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동물 임상교육,이대로 괜찮은가?
제2, 제3의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필요성 강조
한국수의교육학회가 10월 25일(목)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수의학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주제로 별도 세션을 운영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서울대 수의대 산업동물임상의학연구실 김단일 교수는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이뤄지는 산업동물 임상 교육의 현황과 한계점을 설명한 뒤, 제2·제3의 연수원 설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소임상 수의사, 60대 이상이 제일 많아
신진 산업동물 수의사 부족 이유 중 하나 ‘부실한 교육’
최근 배출되는 수의사 중 산업동물 임상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수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실제 조사를 통해 확인된다.
2015년 한국소임상수의사회의 조사 결과, 소 임상분야에서 활동 중인 수의사의 연령은 ’60대 이상’이 가장 많았으며, 30대에서 60대 이상 사이에서는 ’30대’ 가 가장 적었다.
신진 수의사가 산업동물 분야로의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극한직업’이라는 이미지와 시골 생활의 어려움, 위험성, 자녀 교육 문제, 체력적 문제 등 다양하다.
하지만, 김단일 교수는 그중에서도 ‘교육의 부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본과 3학년이 되어서야 태어나서 소를 처음 보는 수준의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동물 임상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이하 연수원)이 설립됐다. 수의대 학생의 교육은 물론, 산업동물 임상수의사의 역량을 높여 국가 방역 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실제 연수원은 수의대생, 임상수의사, 공중방역수의사(강원도 지역), 축산관계자 대상 교육을 진행한다.
수의대생 대상으로 진행되는 ‘기본과정’과 ‘심화과정’
만족도는 높은 편, 하지만 불만도 있어
전국 수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는 기본과정과 심화과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올해는 10개 수의대 중 전북대, 제주대, 충북대를 제외한 7개 대학이 기본과정에 참여했다. 자체 교육을 하는 경북대를 제외한 6개 대학이 연수원을 찾았다. 지난해 4개교에서 3개 수의대가 늘어났다.
2년 차를 맞은 심화과정에는 8개 수의대에서 선발된 3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올해 7월 2일부터 11박 12일에 걸쳐 합숙교육을 받았다.
수의대학생들의 교육에는 1억 7천 5백만원의 국비 지원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본과정의 경우 30%의 자부담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심화과정의 경우 정부 지원에 대한수의사회 등의 지원이 추가되면서 올해의 경우 ’25만원의 자부담비’로 진행됐다.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지난해 247명에서 올해 425명으로 늘어났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연수원은 교육이 끝난 뒤 7점 만점의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는데, 기본과정은 5.51점, 심화과정은 6.52점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심화과정의 만족도가 더 높은 이유는 ‘교육받기를 희망’하는 소수의 인원이 모여 더 긴 시간 동안 심도 있는 실습에 참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불만 사항도 있다. 대표적인 불만 사항인 ‘부족한 실습환경’은 꼭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연수원은 수의대 자체 교육과 비교하면, 월등한 실습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실습동물 수 부족과 지도인력의 부족 때문에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도 있다.
심화과정의 경우에 교육생 2명당 소 1두, 5명당 돼지 1두, 1명당 닭 1두가 제공되지만, 교육생이 늘어나고 커리큘럼 밀도가 높아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당장 올해 심화과정도 35명의 신청자 전원을 수용하지 못해 5명을 탈락시켜야 했다. 방학을 이용해 교육비까지 내가며 실습을 받겠다는 학생에게조차 실습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나 업계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론-실습-케이스> 3단계로 이뤄지는 임상 교육
실습은 연수원에서 한다지만, 대학동물병원의 산업동물 진료 케이스는 과연 충분한가?
제2, 제3의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설립 필요
김단일 교수는 “임상 교육은 이론 교육-실습 교육-케이스 경험 등 3단계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중 실습 교육은 연수원의 역할이지만, 이론 교육과 케이스 경험은 각각 ‘수의대’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의 역할이다.
하지만, 10개 수의대의 산업동물 이론 교육수준이 제각각이라, 연수원에 오는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크다. 또한, 본과 4학년 졸업시험을 코앞에 두고 연수원을 방문하는 예도 있는데, 학생들의 의욕이 있을 리 만무하다.
여기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의 산업동물 진료 케이스도 부족하다. 연수원에서 실습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 동물병원에서 실제 산업동물 진료 케이스를 경험할 기회가 사실상 없다.
김단일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이론 교육 표준화 및 연수원 심화과정 참여 확대’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단일 교수는 “10개 수의과대학의 산업동물 이론 교육 커리큘럼을 맞추고, 본과 3학년 2학기에서 본과 4학년 1학기 사이에 기본과정에 참여하여 실습 교육을 받도록 한 뒤, 부족한 대학 동물병원 케이스는 본과 4학년 여름 방학 중 연수원 심화과정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원 예산이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예산 지원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먼 이동 거리는 평창 연수원의 대표적인 한계점이다.
기본과정은 1주일 동안 진행되지만,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2박 3일’ 교육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진주,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평창에 있는 연수원으로 이동하는 데 많이 시간이 필요하므로, 첫날 오전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
아침 일찍 수의대를 출발해 버스를 타고 5~6시간을 달려 평창까지 도착하면 이미 학생들은 지쳐있다. 제주대 수의대의 경우 평창으로의 이동이 더욱 힘들다.
제2, 제3의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단일 교수는 “제2, 제3의 연수원을 지역별로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럼 접근성 문제도 해결하고 교육수용력도 향상할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김대중 한국수의교육학회 4대 회장은 “과거에는 산업동물 교육과 비교해 부족한 반려동물 임상 교육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것 같다”며 “당장 제2, 제3의 연수원 설립은 어렵겠지만 큰 방향으로 설정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