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실습후기 공모전] Live4Now Wild Vets/제주대 박소영

실습 기간 2018년 7월 29일 ~ 2018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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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rive에서 만난 기린들
Game drive에서 만난 기린들

지원 동기

아프리카는 저에게 꿈의 대륙입니다. 오래전부터 다큐멘터리나 야생동물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며 언젠간 꼭 가보리라 다짐했습니다.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들, 그런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수의사. 막연히 ‘반려동물 임상 수의사가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꿈꿔왔던 저의 모습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세계수의학도협의회(IVSA)가 소개한 남아공 실습 프로그램은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WILDLIFE SYMCO이고, 다른 하나는 Live4Now Wild Vets입니다.

2016년에 WILDLIFE SYMCO에 지원했지만,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세계의 수의대생들이 많아서인지 아쉽게도 떨어졌습니다.

이듬해 Live4Now Wild Vets에 공고가 올라왔고, 처음엔 방학 기간에는 자리가 없다고 해 학기 중에라도 가봐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 운이 좋게 자리가 생겨 방학 때 갈 수 있었습니다.


지원 방법

IVSA에서 공지가 올라온 후, 양식에 맞춰 1차 지원서를 작성합니다. 1차 지원에 선발되면 2차 지원서를 쓰는데, 당시 2차 지원은 선착순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작성해 메일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공식 사이트 : www.live4now.co.za / 메일 주소 : melissa@live4now.co.za

2차 지원서까지 보낸 후 선발이 되면 개인 정보(이름, 여권번호 등), 지원 동기, 질병 사항 등을 써야 하는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이때 여행자 보험도 필요한데 당장 없다면 신청서를 보낸 후에 첨부해도 된다고 합니다.

실습에 앞서 광견병 예방접종을 받아야 했습니다. 광견병 백신은 흔치 않은 백신이라 일반 병원엔 없어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접종했습니다. 총 3번의 접종을 받았는데 1차 접종을 한 후 2주, 1주 간격으로 받았습니다. 비용은 약 20만원으로 생각보다 비싸 충격적이었습니다.

의무는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열 예방접종도 받았습니다.

코끼리의 머리뼈. 기차에 치여 죽은 아기 코끼리가 생각보다 많았다.
코끼리의 머리뼈. 기차에 치여 죽은 아기 코끼리가 생각보다 많았다.

실습 내용

이 프로그램엔 약 3주 일정인 full programme과 2주 일정인 2 weeks programme가 있습니다. 저는 그중 full programme으로 참가했습니다.

Day 1~5 5일간 퐁골라(Pongola)에 위치한 White Elephant Lodge에 머물렀습니다. 오리엔테이션으로 남아공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사진을 보며 생김새를 익히고 관련 책을 보면서 습성과 특징을 공부했습니다.

game drive와 bush walking을 하며 야생동물을 보았고 코끼리·코뿔소 박물관에 방문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들이 연구하는 퐁골라의 코끼리는 43마리로, 추적을 위해 한 마리의 목에 목걸이를 달아 레이더로 추적한다고 합니다. DNA는 변으로부터 수집한다고 하는데, 채혈이나 조직을 떼어내어 채취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정관수술(vasectomy)를 한다고 합니다. 개체수가 적어 보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라 그것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코끼리와는 반대로 코뿔소는 개체수가 적어(주로 사냥꾼에게 희생당해서) 보호 중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사냥꾼에게 사냥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뿔을 미리 없애는 dehorning 작업도 합니다.

이 밖에 배를 타고 하마와 악어를 보기도 했고, 코끼리 변으로 종이를 만들기도 하고 코끼리 보호소에 가 먹이를 주는 체험도 했습니다.

어미 사자를 기다리고 있는 아기 사자들
어미 사자를 기다리고 있는 아기 사자들
아기 사자를 구경하고 십여 분이 지나자, 어미 사자가 건너편에서 다가 왔다.
아기 사자를 구경하고 십여 분이 지나자,
어미 사자가 건너편에서 다가 왔다.

Day 6~8 크루거 국립공원으로 이동합니다. 이때는 하루 종일 game drive를 합니다.

game drive를 하지 않을 때에는 크루거 국립공원의 수의사 또는 관계자에게 강의를 듣습니다. 동물에 따른 다양한 포획 방법, 마취 방법,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하는 일 등을 들었고 야생동물의 병변 사진을 보며 case study를 했습니다.

정말 많은 동물들을 이곳에서 보았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물을 보았습니다. big 5(사자, 표범, 버팔로, 코뿔소, 코끼리)는 물론이고 보기 어렵다는 하이에나, 와일드독, 알록달록한 새들, 그 밖의 다양한 동물들…화면에서만 보던 동물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검은코뿔소(Black rhino), 흰코뿔소(White rhino) 모두 회색이다.  이 친구는 흰코뿔소인데, 검은코뿔소는 훨씬 보기 어렵다고 한다.
검은코뿔소(Black rhino), 흰코뿔소(White rhino) 모두 회색이다.
이 친구는 흰코뿔소인데, 검은코뿔소는 훨씬 보기 어렵다고 한다.

Day 9~14 이때의 일정이 야생동물 수의사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던, 가장 취지에 맞던 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생동물 수의사를 따라 5일간 각각 버팔로, 기린, 코뿔소, 코끼리, 영양(임팔라, 누)을 포획 및 마취하고 필요에 따라 채혈하는 등 샘플링을 하며 버팔로에게는 결핵 검사를 하고 인식표를 달기도 했습니다.

버팔로의 피부는 소보다 두꺼운 느낌이었고 코끼리의 피부는 더 두꺼워 주삿바늘이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정맥주사 부위는 두 동물 다 귀정맥이었고(코끼리는 그나마 덜 두꺼운 피부가 귀 안쪽에 있는 피부라 그곳에 약물을 주사한다고 합니다.) 버팔로 채혈 부위는 소와 마찬가지로 경정맥이었습니다.

현지에 있는 동물병원도 방문했습니다. 내부 시설을 둘러봤는데 그곳에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스라소니도 입원해 있어 놀랐습니다.

포획 실습이 끝나고 마취총 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가만히 있는 물체를 서 있는 상태에서 맞추기도 힘든데 헬기를 타고 움직이는 동물을 맞춰야 하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할까 생각했습니다.

Big Cat 중 하나인 표범. 가잔 큰 Big Cat인 사자 다음으로 크다.  로젯무늬로 치타와 구분할 수 있다.
Big Cat 중 하나인 표범. 가잔 큰 Big Cat인 사자 다음으로 크다.
로젯무늬로 치타와 구분할 수 있다.

Day 15 de wildt cheetah and wildlife centre에 방문했습니다. 오전에는 보호소 내부의 동물들을 보았고(주로 치타, 와일드독) 오후에는 보호소에 있는 치타에게 구충을 해주었습니다.

사람 손에 길들여진 동물이 아닌 야생의 동물이라 우리 안에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경계를 하며 하악질을 한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먹이로 유인하는 동안 귀에 벌레 스프레이를 뿌리고 어깨 사이에 약을 발라주었습니다.

Day 16 Hartbeespoort Dam Snake and Animal Park에 방문해 뱀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뱀의 생김새와 특징, 종류를 배웠고 뱀독과 이와 관련된 케이스를 보았습니다.

강의 후에는 뱀 부검이 이어졌습니다. 소리를 내는 꼬리 부분을 만지고 흔들어보았는데 말랑말랑한 몸통과는 달리 플라스틱 느낌이었습니다. 뱀 피부를 봉합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Day 17~18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역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이틀간 총 3개 마을에 가서 개와 고양이에게 구충제를 먹이고, 광견병 및 종합 백신을 주사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습니다.

구충을 위해 긴 막대와 스프레이를 들고 있는 모습. 생각보다 작업이 쉽지 않았다.
구충을 위해 긴 막대와 스프레이를 들고 있는 모습.
생각보다 작업이 쉽지 않았다.

글을 마치며

이번 실습은 처음인 것이 많아 설레기도 하고 떨렸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 중 저만 한국인이었고 나머지는 다 유럽에서 온 친구들이라는 말을 듣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면 어쩌나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며 여러 나라의 수의대 현황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참고로 스위스에 2개, 덴마크에 1개, 남아공에 1개의 수의대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수의대가 10개라고 하니 다들 놀라워했습니다).

본과 4학년에 한 마지막 실습이라고 생각하니 의미 있는 실습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수의학 지식과 실습 경험을 쌓은 후 남아공에 가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덕분에 미련이 없진 않지만 후회 없는 실습을 했습니다.

Live4Now Wild Vets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 관광이 아닌 수의대생으로서 남아공의 야생동물과 환경에 대해 배워갔다는 것이 뜻깊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동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생생하고 가깝게 체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물과 자연환경을 보며 다시 한번 방문하리라 다짐했습니다. 남아공에서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글을 마칩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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