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찾으려 멀쩡한 돼지를 검사할 필요는 없다`
클라우스 데프너 독일 연방동물보건연구소장 `의심축에 대한 빠른 검사에 집중해야`
국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를 찾아내기 위해 적합한 대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의심축을 조기에 진단하는 시스템(good passive surveilence)이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클라우스 데프너 독일 연방동물보건연구소장은 28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ASF 포럼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데프너 소장은 이날 “외형상 건강한 동물을 검사해서 ASF 바이러스를 발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폐사축 등 의심사례에 대한 진단검사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유럽에서 야생 멧돼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ASF 검사에서도 포획해 검사했을 때보다 발견된 폐사체를 검사한 경우에 더 많은 양성건을 검출했다는 것이다.
이날 소개된 2018년 유럽 연구에 따르면 수렵포획된 멧돼지 2,765마리에 대한 능동예찰검사에서 ASF 양성은 40건(양성률 1.45%)에 그쳤다. 반면 발견된 폐사체에 대한 수동예찰검사에서는 245건 중 177건에 달해 72.24%의 양성률을 보였다.
데프너 소장은 “돼지가 ASF로 인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혈액 등의 체액을 검사하면 ASF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며 “증상이 없으면서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잠복기의 돼지를 잡아내고자 한다면 수 만마리를 검사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라리 농장에서 발생한 폐사체를 검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데프너 소장의 조언은 국내 방역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5월 30일 북한에서 ASF 발생을 공식 보고하자, 북한 접경지역을 시작으로 8월 10일까지 전국 모든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채혈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전건 음성이었지만, 이날 포럼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된 능동예찰에 해당된다.
ASF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의 학회 참가자는 “사료를 잘 먹지 않거나 미열이 있는 등 작은 의심증상이 있을 때부터 빠르게 검사하는 것이 좋다. 폐사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면 대응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단 대상으로는 혈액 검체를 추천했다.
경구액 등 다른 체액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지만, ASF 바이러스가 주로 혈액에 머무르며 물렁진드기의 흡혈을 통해 전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증의 증상이나 폐사한 개체가 아니면 위음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데프너 소장은 “ASF 바이러스는 구제역 등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병원체 배출이 광범위하진 않다”며 “이미 부패된 사체라면 뼈의 골수를 채취해 PCR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