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사향고양이를 야생으로 둔갑..사육환경, 동물학대 수준
국내 동물보호단체, 편의점 루왁커피 제품 불매운동 실시
커피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드는 커피인 ‘코피 루왁’에 동물 학대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는 13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코피 루왁 생산과정을 비밀취재한 결과, 상당량의 코피 루왁이 야생이 아닌 농장에서 사육하는 사향고양이로부터 생산된다고 보도했다. 농장에서 얻은 코피 루왁을 ‘자연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커피 구매자로 위장하여 다수의 사향 고양이 사육농장을 확인했지만 관련 유통 업체는 사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은 수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생환경을 갖춘 방목 농장에 가기 전까지 잠시 머무를 뿐이라는 것이다.
루왁은 말레이사향고양이를 부르는 인도네시아어다.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 열매는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외피와 과육만 제거된다. 원두는 커피 열매 내피에 싸인 형태로 배설되는데 이를 수거해 만드는 커피가 ‘코피 루왁’이다. 야생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극소량만 생산되어 마니아 사이에서만 유통되던 코피 루왁은 2007년 개봉한 영화 ‘버킷 리스트’에 등장하면서 대중의 수요가 급증했다.
BBC는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 루왁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사향고양이가 야생성을 억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럽고, 거칠며, 기어오르려는 사향고양이의 본능을 억압하는 사육환경이 동물학대라는 것.
국내에서도 지난 5월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편의점 체인 ‘GS25’에서 저렴한 가격의 루왁커피 제품을 출시하면서 동물보호단체가 불매운동에 나선 것이다.
GS25 측은 “팔라완에서 채취되는 100% 자연산 (루왁) 원두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채취과정이 어렵고 희귀한 자연산 루왁 커피를 3천원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루왁커피 농장에서 학대 받으며 생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더해 “10만 마리에 이르는 사육 사향고양이는 소화기관을 약화시키는 유동식을 급여받으며 커피 생산 기계 취급을 받고 있으며 그 결과 자연수명이 15년인 사향고양이가 2, 3년 밖에 살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온라인 불매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대해 GS25 측은 “제품당 소량(0.76% 코피 루왁 추출액)만 함유되어 있고 공급업체를 통해 자연산이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이번 BBC보도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인도네시아 코피 루왁 유통업체인 Sari Makmur가 “업체 측은 (루왁 커피) 농장에 자연산인지만 묻고, 농장주가 그렇다고 대답한 경우에는 특별히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