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44] 서울대 수의대 초석 다진 초대 학장 `오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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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인물사전 44. 오순섭(吳順燮, 1914~2002). 미 군정청 수의국 위생과장, 서울대 수의대 초대 학장, 서울대-미네소타대학 프로젝트 주도

본관은 해주(海州)이고 아호는 취당(聚堂)이며, 1914년 1월 25일 경기도 평택군 고덕면 문곡리에서 부 춘근(春根)과 모 밀양 박씨의 2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향리에서 서정리보통학교를 마치고 1934년 경성공립농업학교 농학과를 거쳐 1938년 일본 아자부[麻布]수의축산전문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한 다음 니혼[日本]대학 법문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 1941년 모교인 경성공립농업학교(서울시립대학교 전신)에서 4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가 해방 후인 1946년에 미 군정청 보건후생부 수의국 위생과장을 잠시 역임하였다.

1947년 9월에는 미 군정의 수의 분야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의축산학과를 분리해 신설한 수의학부의 조교수로 임명됐다. 1950년 한국전쟁 혼란기에는 대학의 임시 관리책임자 역할을 했다. 이어 1952년 부산 피란지에서 학부장을 맡으면서 1953년 수의과대학을 단과대학으로 격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그 공로로 초대 학장에 취임하였다.

1956년에는 “서울대학교와 미네소타대학교 간의 협력 및 학술교류 계획(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University of Minnesota International Cooperation Administration Project, 일명 ‘미네소타 프로젝트’)”(의학, 수의학, 공학, 농학 분야 중점 지원 계획)의 목적으로 선진화된 미국의 수의학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데 학장으로서 행정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당시 수의과대학 교원 12명이 1954~1962년에 걸쳐 미국 연수를 다녀오는 성과를 올렸다. 즉 조병률(전염병학), 전윤성(미생물학)은 박사 학위, 정창국(외과학), 장두환(기생충학)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김상남(조직학), 임창형(병리학), 권종국(생리학), 윤석봉(해부학), 장인호(외과학), 정길택(미생물학)은 1~2년의 단기 연수를 받았으며, 학장 본인을 비롯한 이영소(생리학)는 교육 시찰을 위한 연수를 다녀왔다.

또한, 이 신진 학자들이 귀국한 후 대학에 봉직할 수 있도록 교원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본부는 물론이고 경제기획원까지 설득해내는 등 특유의 수완을 발휘하였다. 이 밖에도 1954년 2월 연건동 캠퍼스 부속동물병원 개설, 성북구 하월곡동에 3,000평 크기의 동물사육장 확보, 1960년 5월 미국대외원조단(USOM) 자금 유치로 900평 규모의 교사 신축 등의 업적을 남겼다.

1952년부터 10년 가까이 학장직을 수행하면서 수의과대학에 총 20명에 가까운 교수 정원과 10만 달러 정도의 실험 기자재 및 시설을 보완하는 등 수의학 교육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 정부의 교육 개혁 정책인 “학교 정비 기준령”의 발동으로 같은 해 12월 19일 수의과대학은 농과대학 수의학과로 병합되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학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번뇌로 고심하다가 1965년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수의과대학을 떠나 서울농업대학으로 옮겼다. 그곳에서도 후학 교육에 열성을 기울였음은 물론이고, 대학 복원의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 아쉬움은 1976년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처럼 수의과대학은 단과대학으로 홀로 서려는 노력과 농과대학으로 편입시키려는 세력 사이의 갈등의 역사였다. 8·15 광복 후 황무지와 같았던 수의학계의 개척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한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은 가히 선진국 대열에 오를 만큼 장족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2002년 8월 21일 타계했으며, 미망인 박훈(朴勳)과 장남 오세기(吳世奇)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수의과대학에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모범을 보였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하여 2003년 8월 20일 1주기를 맞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문곡리 묘역에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장학재단(당시 이사장 정영채) 주관으로 후배 교수, 문하생과 유족들이 모여 “聚堂海州吳公 諱順燮之墓碑 및 頌德碑”를 헌립함으로써 고인의 유덕을 칭송했다. 글쓴이_신광순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회장 김옥경)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

– 한국수의인물사전 인물 보기(클릭)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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