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 전자차트 회사(이하 A 회사)가 개별 동물병원의 동의 없이 고객 동물병원에서 펫보험이 자동 청구(현장 접수)되는 기능을 일괄 적용하면서 큰 논란이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수의사회는 “모 전자차트 회사는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해당 보험사와 자동 청구 시스템을 개발하여 차트 사용자의 진료기록이 보험사로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에 대해 보험사 및 차트회사 등과 만나 항의했다”고 안내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A 차트 회사는 이에 대해 지난 10월 3일 “펫보험 현장 접수 기능 도입 시, 사전에 원장님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동의 없이 소수의 의견과 회사의 판단만으로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시스템과 기능에 대한 설명도 많이 부족했던 점, 이로 인해 동물병원에서 불편을 겪으시고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 부분에 대하여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A 회사 설명에 따르면, 펫보험 자동 접수(현장 접수) 시스템의 도입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펫보험 가입 반려동물 보호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현장 접수 시스템을 A 차트에만 적용함으로써 A 차트 이용 동물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해 시스템을 일괄 도입했던 것이다.
A 회사는 “SMS 자동발송기능처럼 개별 동물병원에서 자유롭게 선택하여 이용하실 수 있는 부가기능으로 만들었다”며 “보험료 청구를 위한 서류 접수 이외, 원장님께서 인지하지 못하고 계신 자료가 보험사로 자동 제공되거나 하는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A 회사의 사과 이후, 일선 동물병원에서 작은 논란이 발생했다. 현장 접수 시스템에 동의한 적도 없고, 현장 접수 병원인 것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펫보험 홈페이지에는 현장 접수 가능 동물병원으로 여전히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A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현장 접수를 원하지 않지만 여전히 현장 접수 병원으로 등록된 동물병원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어 문제가 된다.
펫보험 홈페이지에서 ‘현장 접수’ 병원인 것을 확인한 뒤 해당 동물병원에서 펫보험 현장 자동접수를 하길 원했지만, 병원에서 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장 자동접수 시스템’에 동의한 적이 없는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보호자의 요청이 황당하기도 하고, 현장 접수 기능이 뭔지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보험회사 홈페이지의 자주 찾는 질문(FAQ)에도 “자동 청구 동물병원으로 확인하고 갔는데 자동 청구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장 접수 병원에서 빠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보험사에 요청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다.
A 차트 회사가 모든 고객 동물병원에 현장 접수 기능을 원하는지 아닌지를 하나 하나 물어보고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객 동물병원 명단을 ‘현장 접수’ 병원 명단에서 삭제한 뒤, 원하는 동물병원을 추가하는 방식도 적용하기 어렵다.
본지 확인 결과, 일부 동물병원은 ‘현장 접수’ 시스템에 동의한 적 없지만, 시스템이 생긴 이후로 펫보험 자동 청구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물병원은, 현장접수 명단이 일괄 삭제되면 “잘 사용하고 있는데, 왜 마음대로 명단에서 제외하느냐?”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결국, 불편함이 있더라도 개별 동물병원에서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현장 접수’ 명단 여부를 확인한 뒤, 현장 접수 시스템을 원하지 않을 경우 ‘명단 삭제’를 보험사에 요청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A 차트회사 대표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동물병원이 현장 접수 명단 삭제를 요청하면 곧바로 처리된다”며 일선 동물병원에 양해를 구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출시된 해당 반려견 보험에 가입한 반려견은 1년간 1만 9천여 마리에 이른다.